'월세 내지 말라' 각박한 세상 일깨운 대구 건물주

입력 2017-08-15 15:23
페이스북 캡처

대구 매천동의 한 건물주의 믿을 수 없는 선행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건물주들의 횡포와 갑질이 언론을 장식하는 요즘, 네티즌들은 “세상에...” 라고 감탄했는데요.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태에 한 건물주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착한 건물주의 선행은 지난 10일 대구 매일신문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대구 북구 매천동의 건물주 최모씨가 최근 세입자 14명을 모아놓고 한 ‘깜짝 선언’을 전했는데요. 최씨는 이 자리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니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세입자들에게 통보했습니다.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인데요. 건물주가 아니라 자선사업가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합니다.

건물주 최씨는 경기가 안 좋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우리는 임차인과 임대인 관계가 아니라 인연으로 닿은 가족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매일신문은 전했습니다. 이렇게 최씨가 세입자들에게 6개월 동안 받지 않는 월세는 무려 1억원이 넘는다는데요.

최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2012년에는 모든 세입자들의 월세를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줄여줬다고 하는데요. 장사가 안돼 어렵다는 세입자들의 말을 전해 듣고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이쯤되면 세입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건물주의 배려에 감동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상품권을 전했지만 이번에도 최씨는 상품권을 세입자들을 위해 건물을 새 단장하는데 썼다고 합니다.

주위에선 그 돈을 ‘아너 소사이어티’같은 단체에 기부하는게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최씨는 “내 바로 옆에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멀리 돌아갈 필요가 뭐 있느냐. 힘든 시기에 이들에게 돈이 아니라 용기를 준다는 생각으로 행동에 옮겼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대구 건물주 최씨의 선행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SNS에는 기사를 링크한 게시물이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는데요. “감동했다” “상생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선행이 보도된 이후 쏟아지는 전화로 정신이 없다는 최씨는 매일신문에 “혹여 나로 인해 다른 건물주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