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 좌회전 사고, 직진 차량에 40% 책임 물은 이유

입력 2017-08-15 12:48
픽사베이 자료사진

과속 운전을 하다가 비보호 좌회전 차량과 충동했을 경우 과실 비율은 어떻게 나눠질까. 통상적인 경우 직진 신호에 따라 운전할 때 비보호 좌회전 차량을 피하기 위해 일시 정지하거나 속도를 늦출 의무는 없다. 하지만 법원은 과속 운전자에 대해 40%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단독 허경호 부장판사는 비보호 좌회전 차량의 운전자 A씨의 보험사와 과속 차량의 운전자 B씨의 보험사가 각각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 보험사에게 26만여 원을, B씨 보험사에 2900만여 원을 지급하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B씨는 제한속도 60㎞인 도로에서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과속 운전을 하다가 A씨의 비보호 좌회전 차량과 충돌했다. 비보호 좌회전이란 신호등에 별도의 좌회전 표시 없이, 녹색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비보호 좌회전이 허용되는 교차로에서 직진 신호에 좌회전하는 것이 신호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좌회전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좌회전할 의무가 있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통상적인 경우 직진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비보호 좌회전 차량을 피하고자 교차로 진입 전 일시 정지를 하거나 서행해야 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허 부장판사는 사고의 발생 및 그 손해가 커진 데에는 B씨의 과속 운전이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A씨는 교차로 진입 전 1차로에서 속도를 줄인 채 대기하고 있다가 비보호 좌회전을 시작했다"라며 "B씨가 전방 상황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A씨 차량이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면서 진입하려는 것을 충분히 미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 차량은 좌회전하는 A씨 차량을 피해 오른쪽으로 약간 방향을 바꾸다가 그대로 충돌했다"라며 "B씨는 사고 발생 직전까지 전방 주시를 게을리했거나, A씨 차량이 좌회전을 단념하리라고 만연히 기대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B씨는 제한속도 60㎞인 도로를 시속 약 106~110㎞로 진행했었다"라며 "과속을 하지 않았다면 충돌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 사고에 대한 A씨와 B씨의 과실 비율은 각각 60% 및 40%로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한 대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직진 차량 녹색 신호에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맞은편에서 직진해 오던 B씨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