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을 설치한 서울의 시내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15일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BS후지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이 연대해 대응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일은 매우 유감이다”면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또 버스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발언하고 싶지도 않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라며 한국 측에 합의 실행을 요청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도 이날 NHK에 버스 내 소녀상 설치에 대해 “한일 쌍방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관계의 발전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이런 행동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녀상이 설치된 버스에 탑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며, 버스가 일본 관광객이 많은 곳을 지난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교도통신은 박 시장이 버스에서 “2015년 한일합의가 불충분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는 강북구 우이동에서 동작구 흑석동까지 운행하는 151번 시내버스 5대에 소녀상을 1개씩 설치해 지난 14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운행한다고 밝혔다.
이 버스는 일본대사관 부근을 지날 때는 영화 '귀향'의 OST 중 소녀의 목소리로 부른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상은 안전을 고려해 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