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파괴된 임청각… 文대통령 “우리 보훈의 현실”

입력 2017-08-15 11:32 수정 2017-08-15 12:49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제72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예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보훈 현실을 경북 안동 임청각에 비유했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때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해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이상룡 선생의 본가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를 약속하며 임청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안동에 임청각이라는 유서 깊은 집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모든 가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무장 독립운동의 토대를 만든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라며 “무려 아홉 분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제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 집을 관통하도록 철도를 놓았다. 아흔아홉 칸 대저택이던 임청각은 지금도 반 토막이 난 그 모습 그대로다. 이 선생의 손자 손녀는 광복을 찾은 뒤 대한민국에서 고아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 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임청각은 조선 중기인 1519년 안동 법흥동에 이명이 건립한 정자다. 이명은 중종 때 정6품인 형조좌랑을 지낸 문신. 이상룡 선생은 그 후손이다. 이 선생은 조선이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패망하기 전까지 안동에서 의병장을 지원하고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된 뒤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운동가를 양성했다.

이 선생에겐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고, 그의 고택 임청각은 이듬해 보물 제 182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 파손된 임청각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친일 잔재를 완전하게 청산하지 못하고 독립유공자 후손이 가난에 시달리도록 방치한 우리나라 보훈 현실을 임청각으로 묘사했다.

임청각. 국민일보 DB

문 대통령은 “역사를 잃으면 뿌리를 잃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를 더 이상 잊혀진 영웅으로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명예뿐인 보훈에 머물지도 않아야 한다”며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처지가 독립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경험이 불의와의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보훈 기틀을 다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다.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고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를 끝까지 발굴해 보전할 계획을 약속했다. 또 한국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명예수당 인상, 순직 군인‧경찰‧소방관 유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유공자 어르신 마지막 한 분까지 대한민국의 품이 따뜻하고 영광스러웠다고 느끼게 하겠다”며 “보훈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겠다. 애국의 출발점이 보훈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