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4일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고 괌 포위사격방안을 보고 받은 뒤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한발 빼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괌 사격준비를 끝마치고 당 중앙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전략군 사령관의 보고를 듣고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며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 보는 게 좋을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에 대한 오만무례한 도발행위와 일방적인 강요를 당장 걷어치우고 우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놈들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응을 봐 가며 괌에 미사일 발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행동을 결단하는 대신 대미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괌 타격 엄포가 대화 메시지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조지프 던포드 미군 합장의장 역시 북한의 괌 타격이나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괌 타격 시 미국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임무는 공격을 받을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던포드 의장은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대북 외교적, 경제적 압박 노력을 지원하는 데 우선 목표를 둔다”며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에 대해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지만 던포드 의장은 ‘군사적 옵션’을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더 지켜보겠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한반도 위기를 조장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러한 인식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괌 타격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