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주의는 악” 강조…비난에 ‘뒤늦은 백기’

입력 2017-08-15 09: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 폭력 시위에 대해 결국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KKK(쿠 클럭스 클랜·백인우월주의 단체)와 신(新)나치,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태의 책임자를 분명히 규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여름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일시 복귀해 기자들 앞에서 “인종차별은 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종주의는 악이며, 자신의 이름으로 폭력을 야기하는 이들은 KKK(쿠 클럭스 클랜·백인우월주의 단체), 신(新)나치, 백인우월주의자들, 다른 증오단체 등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소중히 여기는 것과 양립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단체를 포함해 범죄자이며 폭력배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편견의 이름으로 폭력을 퍼뜨리는 이들은 미국의 핵심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지난주 말의 인종적인 폭력에서 범죄를 저지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 정의가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만 해도 자신의 백인우월주의 비난 회피를 문제 삼아 ‘대통령 자문단'에서 탈퇴한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바가지 약값을 낮출 시간이 더 많아졌겠다”며 비아냥대는 트윗을 날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 극우세력에 대한 비판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회동 직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샬러츠빌에서 폭력 시위가 격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사태의 책임자로 백인우월주의자뿐만이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세력까지 지목했다. 이에 언론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백인우월주의를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백인우월주의자에게 있다고 지목하지 않은 채 '여러 편'(many sid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한 비난이 거세자 입장을 전격 선회한 것으로 평가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