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씨앗 기부, 뭔가 이상하다" 3년 전 의심했던 네티즌

입력 2017-08-14 16:18 수정 2017-08-14 16:43
요트 여행을 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새희망씨앗 관계자들.(왼쪽)/2015년 1월에 게시된 "새희망씨앗이 수상하다"는 내용의 블로그 글

128억여원의 기부금을 사적으로 쓴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3년 전 이 단체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네티즌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네티즌 A씨가 블로그에 “새희망씨앗 후원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린 것은 2014년 7월이었다. 3년 전에도 이 단체의 허술함이 드러났던 셈이다.

당시 A씨는 새희망씨앗의 사업자번호를 확인한 결과 비영리단체가 아닌 점, 결손 가정에 현금이 아닌 교육 콘텐츠로 지원한다는 점 등에 의문을 품었다. 또 카드 할부로 정기후원 결제가 가능하며, 할부 이자를 대납해준다는 사실에 “이런 시스템의 후원 단체는 처음 본다”고 했다.

A씨가 한 번 더 후원 권유 전화를 받은 것은 2015년 1월이었다. 그는 “분명히 전화번호는 랜덤이라 했는데 어찌해서 대한민국 휴대전화 4000만 회선을 돌고 돌아 6개월 만에 다시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새희망씨앗은 A씨가 2014년에 올린 블로그 글을 삭제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다고 한다. A씨가 지적한 사업자번호 또한 비영리단체의 번호를 도용해 바꾸어놓았다. A씨는 “이번에 전화가 온 김에 상세하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며 자신이 파악한 부분을 상세히 공유하기도 했다.

2014년 7월에 게시된 A씨의 블로그 글

2015년 1월에 게시된 A씨의 블로그 글

A씨에 따르면 새희망씨앗은 후원자들에게 2~3만원의 기부금을 요청했지만 이들이 내세운 온라인 교육 콘텐츠는 KT에서 1만1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게다가 A씨가 KT 측에 확인한 결과  ‘새희망씨앗을 통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약이 이미 종료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KT는 이 서비스를 2015년 2월자로 중단할 예정이었다.

A씨는 “아이디를 후원 아동에게 주고 접속하게 하는 시스템. 이제서야 왜 2~3년의 기간을 그리고 1만원이 아닌 2~3만원을 추천하는지 조금 이해가 간다”며 “2만원을 하든 3만원을 하든 1인당 한 명의 아동이 연결되는데 남은 돈은? 그걸 모아서 장학금을 주는 건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불우한 학생 입장에서 현금보다 이런 온라인 콘텐츠가 더 유용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A씨는 또 “1년 정기 후원시 12개월 할부로 결제가 이루어지고 그 수수료에 대해서는 결재 대행사가 대납해준다고 하는데 왜 그 피 같은 돈을 후원에 쓰지 않고 카드사 수수료로 납부하는 지(모르겠다). 지금은 계좌 이체나 일반 보험처럼 정기 결제가 가능한데 왜 처음에 저런 할부 시스템으로 유도하는지, 정말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의문투성이”라고 덧붙였다.

요트 여행을 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새희망씨앗 관계자들. 사진=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A씨의 글은 지난 11일 새희망씨앗이 후원금 128억여원으로 호화 생활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간 후 이른바 ‘성지글’로 주목받았다. 한 네티즌은 “전에 새희망씨앗 전화를 받고 이상하게 여겨져 이곳 블로그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사기꾼이었나보다. 사회의 암 같은 존재”라고 비난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54)씨와 주식회사 새희망씨앗 대표 김모(37·여)씨 등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개인정보 2000만개가 수록된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구입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고, 3년여간 4만9000명에게 128여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