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조사에 자살 택한 여중 교사… 유족 “법적 대응”

입력 2017-08-14 15:38 수정 2017-08-14 22:56
사진은 이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가 자살을 택한 고(故) 송경진 교사의 유족이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뉴스는 “교육청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적법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4일 보도했다.

유족 측 대리인 유길종 변호사는 이날 “전북교육청 인권교육센터가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추행 문제를 다시 문제 삼아 송교사가 심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 태도가 있었는지 등 여러 문제점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 교사의 부인 A씨는 11일 포털사이트에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고인이 ‘성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욕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했다”며 “부패한 교육행정과 오만한 학생인권센터가 제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부안교육지원청은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송교사를 출근 정지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을 조사하지 않고 신고서에 적힌 내용으로만 판단해 결정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후 송교사에게 성희롱 당했다고 신고한 학생들은 ‘사실 송교사가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교육감에게 보냈다.
사진=송교사 자녀의 트위터 캡처

학생들은 전북교육청에 보낸 탄원서에서 “다른 일 때문에 선생님께 서운한 감정이 있어 성추행 당했다고 거짓말했다”며 “선생님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한 학생은 “다리 떨면 복 떨어진다고 무릎 친 것을 주물렀다고 적었다”고 적었고, 또 다른 학생은 “수업시간에 졸지 말라고 어깨를 주물러준 일이 잘못 전달됐다”고 썼다.

학생들이 송교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부안교육지원청은 송 교사의 직위해제 기간이 끝나자마자 그를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했다. 학생인권센터의 권고대로 징계(파면)를 받게 되면 명예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송 교사는 지난 5일 집 차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 교사의 유족은 “전북교육청 인권교육센터가 성희롱 당했다던 아이들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감사를 강행했다”며 교육청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안타까운 일이고 유족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숨진 교사가 별 의미 없이 가벼운 신체접촉을 한 것을 아이들이 오해했을 수 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이 뒤늦게 진술을 번복했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아이들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를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