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해진 이철성 경찰청장 “힘이 없을 수밖에”

입력 2017-08-14 15:25 수정 2017-08-14 15:44
김부겸(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오른쪽)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무궁화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휘부 갈등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난 직후 14만 경찰 조직원 모두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했다.

이 청장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휘부에서 이런 모습(갈등)을 보여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어려운 시기에 지휘부가 합심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하고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며 서한 발송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확인돼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휘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말 한마디가 오해와 왜곡을 낳기에 말하지 않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여론이 전국적으로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관내 촛불집회 교통상황을 페이스북에 전하면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게시물은 삭제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고, ‘윗선 지시' 의혹을 촉발했다.

의혹은 이 청장과 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 등 지휘부 사이의 진실공방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이 청장 선에서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 압력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당시 강 교장은 광주지방청장이었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은 계속되는 갈등을 직접 봉합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전날 경찰청사 회의실에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청장, 강 교장 등 경찰 지휘부는 이 자리에서 김 장관과 함께 고개를 숙여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청장은 회의를 마친 뒤 경찰 조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했다. 이날 기자들을 만나면서는 다소 침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힘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기자 간담회 발언 전문

-전날 경찰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취지는?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건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었다. 장관이 오기 전에 서한문을 보낼까도 생각했다. 지난주부터 그런 일 있어서다. 내부적으로 이런 일을 빨리 봉합하고, 지휘부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혹시 장관 말씀이 있을지 몰라 장관 말씀을 담아 직원들에게 보냈다.”

-지휘부 회의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
“장관께서도 말씀하셨 듯 지휘부가 합심해 어려운 시기에 본연의 임무에 좀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해 마음을 모으자고 얘기했다.”

-경찰 내부개혁 구상이 있는가?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것과 연계해 다양하게 고민하겠다. 시간이 되는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기존 기조에 추가된 구상이 있는가?
“개혁위가 10월 말까지 활동한다. 개혁위에서 그런 점(활동 기간)도 감안해 다양한 주문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 내용에 맞춰 전향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택할 것이다.”

-장관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장관 방문은 언제 알았나?
“기자들이 알게 된 시점과 큰 차이 없다.”

-청장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힘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강 교장은 전날 따로 만났나?
“(김 장관 방문을 앞두고) 조금 일찍 도착해 4~5명이 회의 직전 다른 얘기 없이 차를 한잔 마셨다.”

-갈등은 완전히 봉합됐는가?
“그건 내가 드릴 말은 아니다.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수사로 넘어간 부분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국민과 동료 경찰 가족들에게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시간이 가면서 확인되고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세월이 지나면 밝혀진다고 말했는데.
“모든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지켜봐 달라. 말 한마디가 오해와 왜곡 낳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지켜봐 달라.”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