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지휘부 갈등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난 직후 14만 경찰 조직원 모두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했다.
이 청장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휘부에서 이런 모습(갈등)을 보여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어려운 시기에 지휘부가 합심해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하고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며 서한 발송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확인돼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휘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말 한마디가 오해와 왜곡을 낳기에 말하지 않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여론이 전국적으로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관내 촛불집회 교통상황을 페이스북에 전하면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게시물은 삭제된 것으로 최근 확인됐고, ‘윗선 지시' 의혹을 촉발했다.
의혹은 이 청장과 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 등 지휘부 사이의 진실공방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이 청장 선에서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 압력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당시 강 교장은 광주지방청장이었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은 계속되는 갈등을 직접 봉합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전날 경찰청사 회의실에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청장, 강 교장 등 경찰 지휘부는 이 자리에서 김 장관과 함께 고개를 숙여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청장은 회의를 마친 뒤 경찰 조직원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했다. 이날 기자들을 만나면서는 다소 침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힘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기자 간담회 발언 전문
-전날 경찰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취지는?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건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었다. 장관이 오기 전에 서한문을 보낼까도 생각했다. 지난주부터 그런 일 있어서다. 내부적으로 이런 일을 빨리 봉합하고, 지휘부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혹시 장관 말씀이 있을지 몰라 장관 말씀을 담아 직원들에게 보냈다.”
-지휘부 회의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
“장관께서도 말씀하셨 듯 지휘부가 합심해 어려운 시기에 본연의 임무에 좀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심기일전해 마음을 모으자고 얘기했다.”
-경찰 내부개혁 구상이 있는가?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것과 연계해 다양하게 고민하겠다. 시간이 되는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기존 기조에 추가된 구상이 있는가?
“개혁위가 10월 말까지 활동한다. 개혁위에서 그런 점(활동 기간)도 감안해 다양한 주문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 내용에 맞춰 전향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택할 것이다.”
-장관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연락을 받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장관 방문은 언제 알았나?
“기자들이 알게 된 시점과 큰 차이 없다.”
-청장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힘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강 교장은 전날 따로 만났나?
“(김 장관 방문을 앞두고) 조금 일찍 도착해 4~5명이 회의 직전 다른 얘기 없이 차를 한잔 마셨다.”
-갈등은 완전히 봉합됐는가?
“그건 내가 드릴 말은 아니다.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수사로 넘어간 부분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국민과 동료 경찰 가족들에게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시간이 가면서 확인되고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세월이 지나면 밝혀진다고 말했는데.
“모든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지켜봐 달라. 말 한마디가 오해와 왜곡 낳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다. 지켜봐 달라.”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