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16개 구·군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10대 중 8대가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어서 ‘첨단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14일 시와 16개 구·군에 따르면 시민들이 구청이나 동사무소를 찾지 않고 집이나 직장 가까운 곳에서 민원서류를 24시간 연중무휴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1년 이후 설치한 무인민원발급기는 7월말 현재 135대에 달한다.
구·군별로는 부산진구가 22대로 가장 많고 북구 13대, 기장군 12대, 금정구 9대, 남구 7대 등의 순이다.
부산지체장애인협회(회장 김광표)가 조사한 결과 이들 무인민원발급기 135대 가운데 80%인 108대가 휠체어 장애인의 조작 불가능, 시청각 장애인의 음성·표지판 안내 미제공, 점자 라벨 미부착, 이어폰소켓·촉각모니터 부재, 화면확대기능 미제공 등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체장애인 김모(45)씨는 최근 집 근처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려다 발급기의 높이가 조절되지 않고 화면도 확대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인근 시민의 도움으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인민원발급기가 개발돼 공급되고 있지만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경우 10년 이상 특정 업체 2곳이 독점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불가능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6~7곳 업체가 있는데 특정업체 2곳을 선정해 납품토록 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포기한 것”이라며 “독과점적인 행태를 바로잡고 공정경쟁에 의한 투명한 행정집행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에 대한 민원서비스를 외면한 채 특정업체의 제품을 고집하는 것은 담당공무원들의 ‘갑질’”이라며 “감사를 통해 진상을 확인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