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 등장한 '마작방'… 초고령사회 일본의 '노인 마케팅'

입력 2017-08-14 13:02
일본 NHK 웹사이트 캡처

대형 마트에 들어가서 스포츠용품 매장을 지나 건물 한 켠에 있는 문을 열면 초록색 테이블에 둘러앉아 '도박'을 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다. 몰래 숨어 하는 불법 도박이 아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슈퍼마켓들이 노인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한 코너다.

일본 NHK방송은 슈퍼마켓과 편의점 업계에서 노인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을 위한 마작점이나 건강상담 코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합슈퍼마켓인 ‘다이’는 지난 3일 도쿄 지바현 마츠도시 매장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마작방을 처음 열었다. 내기 도박은 물론 술·담배도 금지된다. 다만 유흥으로 도박을 하고 도시락 등을 지참해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매장에서 쇼핑까지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마작방을 개설한 목적이라고 NHK는 전했다.

이곳에는 연일 60~80대 노인들이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한 70대 여성 손님은 “아침부터 와서 4시간 정도 즐기다 간다”며 “앞으로도 쇼핑하는 김에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NHK 웹사이트 캡처

간토 지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카스미씨는 지난 4월부터 도쿄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의 매장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영양사를 불러 노인들을 위한 건강 상담을 실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혈압과 체지방을 측정해주고 식생활 습관을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곳을 방문한 60대 여성 고객은 조언 받은 레시피를 바탕으로 매장에서 채소를 구입했다.

슈퍼 담당자는 “건강을 걱정하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가까운 슈퍼에서 건강상담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며 “건강상담이 점포를 찾는 요인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유통 업계에서는 편의점도 노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등 '노인 마케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