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세균이식술이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추출, 환자의 장에 투입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시술을 말한다.
이 치료 후 재발률이 낮고 경과도 좋아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신의료기술이다.
더러운 노폐물로만 인식되던 대변이 최근 들어 난치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특효약’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박 센터장은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이들이나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체내 세균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위막성 대장염을 앓게 되는 사례가 많다.
위막성 대장염 중 항생제 치료에 실패하거나 어려운 경우, 대변 이식술을 통한 장내 세균 분포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을 환자 체내에 이식하는 ‘대변 이식술’, 위막성 대장염 치료에 즉효
‘대변 이식술’하면 대변을 직접 환자의 체내에 넣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장내세균 이식 시술’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특수 처리한 후 식염수 등과 환자의 몸에 해당 용액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 있는 미생물이 환자의 체내에서 활동, 장 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의 주 목적이다.
국내에선 현재 ‘대변 이식술’을 난치병으로 꼽히는 위막성 대장염 치료에 주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체내의 소화관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미생물 간 균형이 유지되면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지속적인 항생제 투여 등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라는 세균이 증식하면서 위막성 대장염을 유발한다.
설사와 함께 발열, 백혈구 증가, 복통 등 감염 증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장 천공, 골수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위험도도 높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에 감염된 노인 및 만성쇠약 환자들을 제 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은 약 10~20%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한 해 사망하는 환자가 약 1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막성 대장염은 일반 항생제 치료 시에는 1~8주 이내에 환자의 35%가 재발하며, 그 중 2회 이상 재발하는 환자 또한 50~65%에 이른다.
반면 대변이식술의 경우 약물 치료가 아닌 체내 세균총 구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위막성 대장염을 비롯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질환에 대해 85~90%에 이르는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시술 이력 적어.. 환경 개선에 따라 점차 늘어날 것
이러한 치료 효과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 건 이상의 시술이 진행되었고,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점차 이 시술 적용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아직도 이 시술법을 제대로 익힌 의료진이 많지 않다는 점. 특히 건강한 대변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가 대변 이식을 통해 기증자의 병원균 등이 환자에게 감염될 위험도도 높아 이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한 것이 보편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변이식술 시행 시 소화기내과 외에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학제 협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대변의 양이나 특수 처리 등에서 표준화된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대변이식술의 빠른 보편화를 가로막는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센터장은 “최근 장내 미생물이 갖는 효용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위막성 대장염 외 다른 세균 균형 관련 질환에도 이러한 대변 이식이 갖는 효용에 대한 연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언제 어떠한 환자를 대상으로 대변이식을 시술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불명확한 만큼 대상 환자들은 시술에 앞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