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양도소득세를 올릴 게 아니라 거꾸로 내려야 한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고강도 규제를 쏟아냈다. 재건축, 청약, 대출 등 주택 거래와 관련된 거의 모든 과정을 틀어쥐었다. 양도소득세도 포함됐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면 10~20%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는 "그 전에 서둘러 집을 팔라는 뜻"이라고 했다.
양도세 인상안이 발표되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지 못하게 막는 조치"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양도세를 거꾸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생각하면 양도세를 올리는 건 집값 안정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양도세 올리면 공급이 줄어든다"
이런 논리다.
"부동산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집을 새로 지어 판매하는 분양과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기존 주택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 그런데 신규 주택과 기존 주택의 '공급'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다.
부동산은 일반 상품과 달리 제품을 새로 만들어 공급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시장 원리로 볼 때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가격 상승을 막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새로 지어 공급하려면 3년이란 '시차'가 발생해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지금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신규 주택이 아닌 기존 주택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으면 시장에선 새로 지은 분양 물량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일수록 신규 주택을 공급할 택지가 부족해 기존 주택 공급량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따라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양도세를 올리면 집을 팔려는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양도세를 낮출 경우 다주택자를 비롯해 집을 소유한 이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자극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공급 확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다."
◇ "5년만 버티자" vs "버티기 힘들 텐데"
규제가 집중된 서울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2 대책 발표 직전 일주일간(7월 26일~8월 1일) 1554건이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대책 발표 후 일주일(8월 2~8일) 동안 287건으로 급감했다. 5분의 1 수준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지난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양도세가 워낙 중과되니까 급하게 팔아야 할 일부 다주택자는 물량을 내놓는 듯한데, 상당수는 버티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8·2 대책 이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책 목표 중 하나인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측면에선 시장이 아직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양도세 인하론자'들은 이 같은 거래 절벽 상황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시장의 '공급자'이기도 한 주택 소유자들이 "5년만 버티자"는 생각에 매물을 틀어쥐고 내놓지 않는다면 공급은 계속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들이 집을 팔아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도록 만들기 위해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 소유자가 집을 팔게 만드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당근'을 줘서 판매를 유도하거나, '채찍'을 들어 팔 수밖에 없도록 만들거나. 양도세 인하가 당근이라면 채찍은 보유세 인상이다. 보유세는 집을 소유하는 행위에 세금을 물리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해당한다. 양도세는 판매할 때 차익이 발생할 경우 한 차례 납부하지만, 보유세는 소유하고 있는 동안 해마다 내야 하기에 보유세 인상은 주택 소유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양도세 인하론을 반박하는 이들은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도세로 주택 판매를 유도할 게 아니라 보유세를 인상해 팔 수밖에 없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투기에 가까운 3주택 이상 소유자들을 겨냥해 '핀셋 보유세 정책'을 입안할 수 있다면 조세저항도 줄어들 거라고 본다.
리얼미터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보유세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즉시 인상해야 한다"가 41%, "8·2 대책 효과가 없으면 그 때 인상해야 한다"가 25%였다. 연령별로는 40대와 30대가 70%를 넘었고 50대와 60대도 50%를 모두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보유세'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부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강력하게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은 “보유세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옥죌 경우 시장을 경색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은 보유세 인상에 찬성 쪽이지만 실제 정책으로 나타날 경우 큰 저항에 부닥칠 수 있어 청와대와 정부가 이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입법이 필요한 문제여서 야당의 반발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양도세 인하론자들은 이런 문제를 논거로 활용하며 양도세를 낮춰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유세 인상론자들은 "양도세를 인하할 경우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또 다른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