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지난 4월부터 퇴원을 앞둔 환자가 병동에서 약사에게 직접 퇴원 약을 받고 자세한 복약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를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14일 밝혔다(사진).
대개 약을 받고 퇴원하면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을 잘 먹는 것 또한 치료의 중요한 한 과정이며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017년 미국 임상독성학회지에 의하면 미국에서 과다 복용, 다른 약의 복용, 금지된 약물 혼용 등 심각한 약물 오남용으로 신고된 건수는 2012년 6855건에 달했다. 이중 32%는 병원에 입원했으며 414명이 사망했다. 특히 아침, 점심, 저녁별로 먹는 약이 다른 혈압약 등 심혈관약이 오남용 사례의 20%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는 대부분 퇴원이 결정되면 외래약국에서 퇴원약을 조제하여 병동으로 보내고 이 약을 다시 간호사가 환자측에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간호사가 퇴원약을 전달함으로 인해 복약지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동탄성심병원은 이를 개선 보완할 목적으로 퇴원 환자 전담 약사를 지정, ‘퇴원환자 복약지도 서비스’를 시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방법은 이런 식이다. ①의사의 퇴원지시가 내려지면 담당약사가 환자의 차트를 확인하고 복약지시문을 작성한다. ②이후 퇴원환자의 병동에서 퇴원약과 함께 복약지시문을 환자에게 전달한다. ③약사가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한다.
동탄성심병원은 또한 여기에다 복약지시문에 환자측의 이해도를 고려해 약의 효능, 복약방법, 보관방법, 주의사항 등을 병기하고 약 사진을 넣어 오남용을 방지하는 방식을 더했다.
동탄성심병원 약제팀 황보영 팀장은 “입원기간에는 의사, 간호사, 약사로부터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지만 퇴원 후에는 약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퇴원환자들은 혼자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서
“퇴원환자에 대한 약사의 전문적인 복약지도는 약과 관련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으며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여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약물복용의 중요성 때문에 복약지도는 입원기간 약사가 직접 환자에게 시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용 시 특히 주의가 필요한 약제로는 항암제, 심혈관약, 결핵약, 와파린 등이 있다.
항암제의 경우 약의 독성으로 인하여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암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결핵약의 경우 7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도 복용하는데 10종류가 넘는 약을 먹기도 한다.
황 팀장은 “결핵약은 복용기간이 길고 종류가 많기 때문에 약을 꾸준히 먹는 데 어려움을 겪어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며 “이 경우 복약순응도가 떨어지고 결핵균이 약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혈액응고를 막는 와파린 역시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나 복용기간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의 수가 많아 철저한 복약지도가 요구된다.
동탄성심병원은 현재 소아환자가 많은 72병동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이 서비스를 앞으로 전 병동으로 확대,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요구되는 전 병동 65세 이상 노인과 여러 약제를 함께 복용하는 폴리파머시(Polypharmacy)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도울 계획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