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보기만 해도 ‘간질간질’… 악명 높은 알래스카 모기떼

입력 2017-08-14 04:00 수정 2017-08-14 05:09
2006년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해안 유전지역 노스슬로프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한 사진작가가 발에 붙은 모기떼를 촬영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미국 알래스카는 지금 모기떼의 습격을 받고 있다. ‘북극권에 웬 모기냐’는 생각으로 살충제 없이 알래스카로 여름휴가를 떠나면, 살면서 가장 많은 피를 뽑히고 돌아올 수 있다. 알래스카의 모기는 녹은 얼음으로 생긴 물웅덩이에서 자라 성충이 되는 매년 6~8월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이 모기떼의 먹잇감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다.

1. 모기는 어떤 생물인가

지구상에 서식하는 모기는 모두 3500종. 그 중 200종이 동물의 피를 먹는다. 한국에서는 흡혈 여부와 무관하게 56종이 파악됐다. 모기는 1억7000만년 전 남미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모기 화석은 캐나다에서 호박 상태로 발견됐다. 호박의 생성 추정 시기는 7900만년 전이다. 이 호박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1990년 펴낸 공상과학 소설 ‘쥐라기공원’의 모티브가 됐다. 참고로 7900만년 전은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다.

모기는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생물이다. 호랑이 사자 곰 악어 상어 독수리 같은 맹수는 인간을 공격할 수 있지만, 인류의 존폐를 걱정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의해 멸종 위기에 놓였다. 모기는 다르다. 지카바이러스 말라리아 뎅기열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을 옮긴다. 몸집마저 작아 예방이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기에 의한 전염병으로 매년 세계에서 100만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주 도로 표지판. 지구촌 인터넷상에서 ‘알래스카에 거대 모기가 있다’는 논쟁을 부른 사진이다. 하지만 이 표지판은 모기에 대한 경고가 아닌 운전자의 시선을 끌어 감속을 유발할 목적으로 제작됐다. 다양한 그림의 표지판을 알래스카주 도로에서 만날 수 있다. CNN 방송 화면촬영

2. 알래스카도 예외 없는 서식지

모기는 극지를 제외한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한국 등 온대지방에서 한여름에만 출현하지만, 중남미·아프리카 정글처럼 열대지방의 경우 1년 내내 나타난다. 모기의 활동을 왕성하게 만드는 온도는 영상 14~41도 사이. 고온다습한 기후는 모기를 부른다. 이 때문에 알래스카 같은 한대지방에서 모기를 피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알래스카는 예외 없는 모기의 서식지다. 6월 둘째 주부터 7월 말까지 창궐한다. 14일 현재와 같은 8월 중순은 그나마 개체수가 잦아드는 시기다. 이곳에 서식하는 모기는 모두 35종. 앵커리지 등 도심은 모기에 시달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활한 자연과 마주할 목적으로 알래스카를 방문한 이상 좀처럼 외면할 수 없는 산악지대 수목지대 늪지대에서는 모기떼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3. 독하기로 소문난 알래스카 모기

알래스카의 모기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독하다. 일부 종은 몸집이 크고 흡혈량도 많다. 더욱이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가 과거보다 많은 양의 얼음을 녹여 더 많은 물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결과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극권 전체에 모기 개체수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알래스카로 여름휴가를 떠날 때 방충이 필수라는 점이다.

지역방송사 ‘알래스카채널’이 운영하는 여행정보 사이트(alaska.org)는 모기 방충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파란색 단파장에 몰려드는 모기의 습성을 역이용해 카키색처럼 ‘중립적인 색상’의 옷을 추천했다. 또 “모기떼를 만날 수 있는 지역을 방문할 때 향수는 물론 로션과 샴푸도 이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상쾌한 기분을 포기할 만큼 알래스카 모기가 악명 높다는 얘기다. 살충제나 긴팔 겉옷은 당연히 빼놓지 말아야 하는 필수품이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미국 알래스카 모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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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