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은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어떤 모습일까.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아가씨’(연출 정구호)의 주연 소프라노 이하영을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3시간 반 동안 계속 연습을 했더니 힘이 드네요. 그래도 노래는 항상 제게 가장 신나는 일이에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전후까지 맹연습 중이라고 했다. 다소 지쳐 보였지만 목소리는 경쾌했다. “약간 다소곳하고 수줍음이 있는 라트라비아타라고 해야 될까요.” 현재 연습 중인 주인공 비올레타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라트라비아타’는 사교계 요정 비올레타와 귀족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페라로 비올레타의 연기 비중이 크다.
‘동백꽃아가씨’ 비올레타는 붉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 무대를 조선 정조시대로 옮겨 왔기 때문이다. ‘거침없고 시원한 소리’를 가진 소프라노라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 어려운 역할은 아닌지 물어봤다. “프로는 여러 개의 권총을 가지고 있어요. 열정적인 목소리, 애처로운 목소리, 애처로운 목소리…. 무대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와 태도를 연기해야지요.” 그는 쾌활하면서도 자신감 넘쳤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한 이하영은 2001년 영국 런던의 내셔널오페라 스튜디오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2005년부터 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 전속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고국 무대는 2000년 오페라 ‘심청’ 이후 17년만이다. “3년 전 한국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었는데 출산 후 몸이 좋지 않아 무대에 오르지 못했어요.”
그는 2010년 함부르크 국립극장에 지휘하러 왔던 남편 알렉산더 조엘을 만나 결혼했고 2014년 딸 카를라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감정도 풍부해지고 성량도 더 커진 것 같아요.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성악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이기도 해요. 요즘은 ‘나비부인’ 연기하라고 하면 (감정이 북받쳐) 2막부터 엉엉 울 것 같아요.”
세계적 소프라노에게 가장 힘든 건 뭘까. “육아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2번이나 쓰러졌어요. 남편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지휘를 하니까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요. 평일엔 도와주는 분이 있는데 주말엔 저 혼자 봐야하고….” 그래도 딸이 일상에서 큰 기쁨을 준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었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난해 1월 함부르크 국립극장 하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 제가 주연으로 발탁됐어요. 그런데 마침 저희 남편도 이 공연 지휘자로 초청된 거예요. 결혼 후 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다시 남편과 하는 공연이어서 정말 기뻤어요.”
이하영이 26~27일 오후 8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무대에서 어떻게 비올레타를 연기할지 궁금해진다. ‘동백꽃 아가씨’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제작됐다. 예산 25억원이 투입됐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은 패션디자이너에서 공연연출가로 변신한 정구호가 맡고 탤런트 채시라가 변사로 특별출연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