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결심하면 그의 의지에 따라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공격 명령이 내려지면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출격시켜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중점 타격하는 구체적인 작전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설전’이 ‘실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군 통수권자인 트럼프가 전쟁을 벌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결전을 제어할 수 없다는 우려에도 무게가 실린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이 짚어 본 유권해석에 따르면 미국 헌법은 선전포고의 권한이 의회에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대통령은 미군 최고 지휘권자로서 미국을 위협에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사행동에 돌입할 고유의 권한이 있다.
더욱이 미 의회가 무력행사를 금지하거나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예산 집행을 막을 수는 있지만,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한 60일 동안 독자 권한으로 군사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전쟁’이란 명분 아래 의회의 견제 장치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미국 안보·법률 분야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고문을 지낸 로저 자크하임 변호사도 CNN에 “헌법 (상의 권한)과 집행의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안전 보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취했던 수많은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4월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시리아를 공습할 때도 행정부의 군사행동에 대해 의회의 재가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도 시리아 공습 당시 북한에 대해서도 미 행정부만의 재량으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행정부의 권한을 규정한) 미국 헌법 제2조에 따라 (독자적 군사행동 개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트럼프의 ‘결심’에 한반도 전쟁 여부가 달려있는 상황에서 ‘B-1B 랜서'를 앞세운 대북 선제타격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는 정황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복수의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을 동원한 공습은 “모든 군사 옵션 가운데 상황을 고조시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선제 공습계획은 ‘좋은 선택이 없는 실정’에서 ‘여러 가지 나쁜 선택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이란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B-1B 랜서'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없는 기종이란 측면도 미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현재 상황 이상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1B 랜서'는 작전 운용능력에 있어서도 북한 상대 전략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사시 괌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고, 스텔스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어 고속으로 적 방공방과 전투기를 무력화시킨다. 탑재 무기의 종류와 양도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전략 폭격기 중 가장 많다. 레이저 유도 합동 직격탄(LJDAM: GBU-54)과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JASSM: AGM-158) 등의 정밀 유도무기를 최대 24개까지 탑재할 수 있고, 재래식 폭탄은 60t까지 실을 수 있다. 특히 사거리 370㎞의 JASSM 미사일은 북한 영공 밖에서 공격이 가능해 ‘B-1B 랜서' 편대가 한반도 밖에서 북한 내 표적을 타격할 경우, 한국에 대한 북한의 보복 공격 빌미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관이 백조를 닮아 ‘죽음의 백조’란 별명을 가진 ‘B-1B 랜서'는 현재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6대가 전진 배치돼 있다. 북한 위협이 고조된 지난 5월 말 이후 지금까지 선제타격 상황을 상정해 모두 11차례의 출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NBC방송에 ‘B-1B 랜서'를 동원한 타격계획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면서, 실제 타격은 육·해·공군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