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20만원 받던 독거노인 문씨, 11월부터 67만원… 기초생활대책 발표

입력 2017-08-10 14:00

문재인정부가 10일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새 정부 빈곤정책의 목표는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맞춤형 사회보장을 강조한 만큼 세대별 빈곤 최소화에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 노인 세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정부는 2016년 기준 47.7%로 치솟은 노인빈곤율을 해소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대상자가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이고 돌봐줄 부양의무자도 없어야 했다. 이에 실제론 부양받지 못하지만 서류상 부양의무자가 있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조성됐다.

정부는 11월부터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 장애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단 부양의무자 가구의 경우 가구소득이 하위 70%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점진적으로 완화해 2022년 1월부터는 가구 내 소득·재산이 하위 70%인 노인이 포함된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독거노인 문모(81)씨의 경우 부양의무자인 세 딸 중 첫째딸이 ‘부양능력 있음’ 판정을 받아 그간 번번이 기초생활보장 급여대상에서 탈락했다. 그의 현재소득은 기초연금인 20만6050원이 전부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이 완화됨에 따라 문씨도 기초생활보장 수급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문씨가 11월부터 받을 총 급여는 기초연금 20만6050원에 기초생활 급여 46만3170원(생계 28만9830원, 주거 17만3340원)을 더한 66만9220원이다. 2018년부터는 기초연금도 25만원으로 인상된다.


◇ 아동·청년 세대… 월 10만원 아동수당, 알바 소득공제 확대

정부는 2018년부터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생애맞춤형 소득지원의 일환이다. 부교재비, 학용품비 등이 포함된 초·중·고등학교 교육급여도 2020년까지 최저생계비 중 최저교육비에 해당하는 금액의 100%까지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가 빈곤상태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마련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납부하는 일하는 대학생과 청년층에 대해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해 생계보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주시에 사는 대학생 A씨(22)는 한부모가정의 자녀다. 그는 3남매를 키우는 어머니를 돕고자 등록금 및 기타 용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왔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큰 수술을 받아 직장을 쉬게 되면서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했다. 그러나 A씨의 아르바이트 급여가 근로소득으로 반영되면서 생계급여는 40만원으로 깎였다.

제도개선에 따라 등록금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경우 등록금 지출만큼 소득에서 공제하고 근로소득공제율도 기존 ‘30만원+초과분의 30%’에서 ‘40만원+초과분의 30%’로 인상된다. 또 저소득 가구의 자녀가 취업해 소득이 생겨도 나머지 가구원이 기초생활보장 선정기준에 속한다면 그들에 대한 급여 보장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7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청년의 부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만 34세 이하의 청년빈곤층이 일을 할 경우 인센티브도 지원된다. 


◇ 주거 빈곤 세대… 주거급여 대상자 확대

정부는 중위소득 43%이하일 경우 지급하던 주거급여를 2020년까지 중위소득의 4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주거급여 대상자를 늘리기 위한 대책이다. 세입자가 최저 주거수준의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B씨(56)는 신장이 좋지 않아 근로 무능력 판정을 받고 생계급여 49만원, 주거급여 2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20만원짜리 방을 구하기는 어렵다. B씨는 현재 언덕에 위치한 옥탑방에서 월세 25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그는 주거급여를 받고도 부담해야 하는 나머지 5만원에 부담을 느낀다.

주거급여 보장 수준이 확대됨에 따라 B씨는 2018년부터 지원받는 주거급여액이 늘어나 21만3000원을 지원받는다. B씨의 주거비 부담은 2017년 5만원에서 2018년 3만7000원으로 감소한다. 2019년 이후에도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는 단계적으로 인상돼 주거비 부담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빈곤 문제가 전연령 빈곤층에 걸쳐있다는 점에서 빈곤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보수비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15년 이후 3년간의 건설공사비 상승률을 반영해 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보수유형(경·중·대보수)에 따라 현행 350만~950만원에서 378만~1026만원으로 지원금액이 인상된다.

2018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에 대해서도 더이상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연금 인상, 아동 수당 도입 등으로 비수급 빈곤층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 추정치에 따르면 비수급 빈곤층은 현재 93만명에서 2020년 33~64만명으로 감소한 뒤 2022년에는 20~47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16년말 총 인구대비 3.2%인 163만명에서 2020년 총 인구대비 4.8%인 252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