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 개편안] 절대평가 1안· 2안, 모두 사교육비 감소 효과 의문

입력 2017-08-10 10:31 수정 2017-08-10 13:35
1안 국어 수학 탐구 과목만 상대평가 
2안 모든 과목 절대평가 전환
통합사회·통합과학 새 사교육 시장 열려

지난달 26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수능절대평가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압축됐다.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을 상대평가로 남겨두는 절대·상대평가 혼용이 1안이다. 2안은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대입에 미칠 파장은 두 방식 모두 만만치 않다. 다만 사교육비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사교육비 증가를 예측하는 입시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절대·상대평가 혼용
현재 수능과 가장 흡사한 방식으로 변화 폭이 가장 작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적응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어 수학 탐구가 상대평가로 유지되므로 수능이 최소한의 변별력을 확보한다. 절대평가 전환으로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최소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의 경우 주요 대학들이 반영비율을 크게 낮췄다.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이 부족하거나 검정고시 출신 학생 등의 재도전 기회를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의 경우 재수를 선택했을 때의 불리함이 다른 절대평가 방식보다 적다.

국어 수학 쏠림 현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교 수업이 상대평가 시행과목 위주로 편성돼 학습 편식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와 수학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학생은 국어 수학에 집중해야 하고 대학들도 이 두 과목의 반영 비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과목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인데 계속되는 대입제도 개편 때문에 학교 현장의 피로감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된다는 단점도 있다.


전 과목 절대평가
대입에서 수능이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 비율을 낮추거나 사실상 정시모집을 없애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수능만으로는 동점자를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나 면접 평가 등을 추가로 정시모집에 반영할 수도 있다. 대학별고사 강화 흐름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입학담당자는 “전 과목 절대평가로 도입으로 수능 변별력이 사라져 정시가 무력화되면 면접이든 구술고사든 학생을 평가할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인 학생부 비중은 더 높아진다. 고교 내신 성적이 더 중요해지고 비교과 활동도 현재보다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내신 성적 관리가 되지 않은 수험생이나 검정고시 출신, 재수생 등은 기회의 분이 좁아진다. 현재는 내신 성적이 낮더라도 수능 공부에 몰입하면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대학들이 정시모집 인원을 줄이거나 다른 전형 요소를 추가하면 평소 내신 성적 관리가 안 된 학생의 경우 대학가기 힘들어진다. 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모집 확대로 대입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종은 현재도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89점과 90점 1점 차이에 등급이 달라지고 대입 결과로 이어지는 점도 절대평가 도입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사교육 줄어들지 않는다.”
통합사회 통합과학 때문에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열린다. 두 과목은 여러 과목이 융합된 형태로 아직 교과서도 공개되지 않아 수험생과 학부모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가르치던 과목에만 익숙한 기존 학교 교사가 융합 수업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발 빠른 서울 강남이나 목동 등 사교육 특구에선 벌써부터 불안 마케팅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어 수학 탐구가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1안으로 결정된다면 사교육비가 이 세 과목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다른 과목들도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곤 학습량이 줄지 않으므로 사교육비 부담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입시 전문가가 많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절대평가하더라도 수능 사교육조차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수능 변별력 감소로 내신이나 비교과 등 다른 전형요소 비중이 증가하면 전체 사교육비 부담은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수능 변별력이 하락하면 대학별고사나 학생부로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또한 대입 제도 변화 폭이 클수록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지게 된다.

이도경 신재희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