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지 13년… 유품 사진전 열어 치유하는 母

입력 2017-08-09 18:29

일본 사이타마 현에 아게오시에 살던 에노모토 야치요(49·여)씨는 2005년 8월 10일 아들 유우(당시 4세)군을 잃었다. 무더운 여름, 아들은 탁아소 책장 속에 들어갔다가 열사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에노모토씨는 멍하니 몇 년을 보냈다. 그런 그녀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운 건 ‘카메라 셔터’였다.

보육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에노모토씨가 유우군의 유품을 촬영한 사진전 ‘20050810’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전 제목인 ‘20050810’은 아들 유우군의 기일에서 따왔다.

12년 전 아들을 잃은 에노모토씨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몇 년을 흘려보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건 유우군의 7주기를 마치고 나서였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에노모토씨는 2014년 교토 조형예술대학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했다.

3학년이 되던 해에 에노모토씨는 사진작가 이슈치 도시씨의 사진집 ‘히로시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진집에는 피폭자들의 유품이 담겨있었다. 에노모토씨는 자신의 졸업작품으로 유우군의 유품을 찍기로 결심했다.


2016년 봄, 에노모토씨는 아들의 신발과 옷을 다시 손에 잡았다. 유우군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더 되고 나서였다.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티셔츠는 가슴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구급대원이 응급조치를 한 흔적이었다. 에노모토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30점 정도의 유품을 촬영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는 “유품을 하나, 하나 바라보며 수백 번 셔터를 눌렀다”며 “카메라를 통해 아들의 죽음과 처음으로 마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사진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에노모토씨는 “언제까지나 피해자의 어머니인 채로 질질 끌며 살고 싶지 않아요. 아들이 ‘(엄마가) 잘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사진전에는 유우군의 옷과 신발 등을 찍은 사진을 전시했다. 또 다니던 보육원 등의 사진 47점 외에도 신발 등의 유품이나 보육원의 연락책도 전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