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허지웅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매도한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민 전 비서관은 7일 SBS의 시사프로그램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과 전화 통화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다르게 성격을 규정하고 평가하겠지만 당시 광주 5·18이 벌어졌던 상황이나 사건 자체는 폭동인 게 분명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택시운전사’에 대해 “(신군부의)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표적·겨냥해 사격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왜곡 정도가 지나칠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부 독재에 맞섰던 시민들의 민주화 의지와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정부의 정책마저 부정한 발언이었다.
허씨는 8일 SNS에서 민 전 비서관의 발언을 미국 담배회사의 사례와 비교하며 비판했다. 그는 “미국 담배회사들이 평소 대중에 담배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며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 거라는 아주 작은 의심을 대중에 심어 담배 회사는 현상을 유지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 담배회사의 전략이 전 전 대통령 및 측근들이 사용하는 방식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두환 측이 ‘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동이다’와 같은 말을 사람들 사이에 툭 던져 놓으면 대다수 사람은 웃어넘기거나 화를 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이 같은 말이 작은 불씨로 작용한다”며 “역사적 사실관계를 뒤집지는 못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라고 적었다.
허씨는 군부 독재의 잔재들이 민주주의를 부정하도록 방관하는 지금 세대의 책임을 이야기했다. 그는 “죄인이 죄값을 치르지 않고 오래도록 많은 것을 누리며 기사에 오르내리는 일이 예전 같으면 화가 났을 텐데 이제는 그냥 부끄럽다”며 “그렇게 큰 죄를 지어도 표현의 자유를 누려가며 멀쩡하게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다음 세대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