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탄두 중량 500㎏.'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용인할 수 없게 되는 '레드라인'은 두 가지로 설정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핵탄두의 중량이다. ICBM급 미사일에 핵을 실어 보내려면 핵탄두 무게가 500㎏ 정도로 소형화돼야 한다.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탄두 중량이 1t 정도로 추정됐다. 북한은 과연 이 레드라인을 넘었을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을 긴장시킬 정도로 진전됐다는 평가는 최근 잇따라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도 워싱턴포스트가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의 북한 핵·미사일 분석평가 결과를 보도한 직후 나왔다. 북한이 ICBM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북한은 올 들어 ICBM급인 ‘화성 14형’의 두 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탄두 운반수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핵탄두 소형화마저 달성됐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 사정거리에 들게 된다. DIA 보고서는 북한이 이르면 내년 미 본토 실전 타격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핵보유국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일각에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대북 군사옵션, 예방전쟁 등 미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강경한 발언이 잇달아 나오는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치 않다. 일본 정부도 북한이 ICBM급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8일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5차례 핵실험을 통한 북한의 기술적인 성숙과 (핵탄두) 소형화 실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핵탄두의 내폭형 기폭장치를 집중 개발해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고폭 실험을 해왔고 1990년대 초반부터는 핵탄두 소형화에 몰두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013년 보고서에서 북한이 1993년 처음 시험발사한 노동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핵 개발 국가들의 핵탄두 소형화 달성 기간이 2~7년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도 같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을 수 있다.
북한은 사거리 300~1000㎞인 스커드-B·C·ER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직접 주장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갖췄다는 것이다. 이어 노동과 무수단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 650㎏ 수준으로 핵탄두 소형화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DIA 보고서의 분석이 맞다면, ICBM급에 장착하는 '500㎏' 규모까지도 소형화됐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북한 ICBM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싣고 안전하게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됐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불완전하다면 ICBM의 신뢰도는 낮아진다. 합참은 “DIA 보고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알 수 있다”며 “현재까지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근접했지만 완성단계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