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결별하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한다. '도리를 찾아서' '주토피아'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사라지게 됐다.
디즈니는 8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019년부터 자사 작품을 스트리밍하는 자체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스포츠 전문 자회사 'ESPN'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듬해 자체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을 위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 BAM테크에 15억8000만 달러(약 1조78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디즈니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스트리밍 기술을 보유한 BAM테크의 지분 33%를 갖고 있다. 이를 42%로 높일 예정이다.
디즈니는 이날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한 분기 매출을 발표했다. 디즈니의 3분기(4~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줄어 14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기대치인 144억600만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23억7000만달러, EPS(주당 순이익)는 2% 감소한 1.58달러였다. 시장 예상치인 1.55달러를 웃돌았다.
디즈니는 스포츠 채널 'ESPN'의 부진으로 케이블 채널 사업의 이익이 전년 대비 23%가 줄었다고 밝혔다. 유료 TV 채널의 매출이 부진했기 때문인데 현재 ESPN은 제작 비용 상승, 광고수입 감소, 계약 종결 비용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디즈니는 유선방송 수신 중단 현상을 절감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공급하는 것보다 온라인 중심의 자체 구독 회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올 초 미국에서 케이블 TV의 가입자 수를 뛰어넘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내리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즈니와 픽사의 영화가 삭제될 것"이라며 "디즈니의 완전히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 BAM테크 지분 33% 인수 이후 BAM테크 플랫폼에 감명을 받았다"는 아이거는 "이를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운명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결정 동기를 밝혔다.
반면 디즈니의 결정에 투자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시장이 과도한 경쟁에 직면했다고 판단해 자체 스트리밍 기술의 비용과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다.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구축 계획을 발표한 직후 월트디즈니의 주가는 3.80% 하락했다. 넷플릭스 주가도 2.89% 떨어졌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