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에서 혹사당한 한국인 강제징용자 명부가 일본 지자체에 의해 폐기된 사실이 공개됐다. 미쓰비시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 등장하는 기업이다.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섬 탄광의 소유주였다.
일본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은 8일 미쓰비시중공업이 1948년 6월 나가사키 지방 법무국에 한국인 근로자 3418명의 명부를 제출하고 미지급 임금을 공탁했으나 법무국이 이를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미지급 임금은 약 874만1029원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명부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 투하해 피폭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 명부는 일본 정부가 피폭자에게 발부하는 '피폭자 건강수첩'의 중요한 증거 자료다. 원폭 피해자는 이 건강수첩을 통해 의료비 간병비 등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나가사키 지방 법무국은 보존기한 10년이 끝났다는 이유로 1970년 8월 이 명부를 폐기했다. 일본 법무성이 1958년 공탁금 관련 서류를 보관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누군가가 이를 어기고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2014년 김성수(91)씨, 배한섭(94)씨, 이관모(94)씨의 피폭자 건강수첩 발부 신청을 하면서 밝혀졌다. '징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수첩 발부가 거부돼 법무국에 문의했더니 법무국에서 "명부를 폐기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네트워크는 "피폭자로서 받을 권리를 일본이 빼앗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체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공탁금은 17만5221명분이 남아있으며 금액으로는 약 12억9685만원이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