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北·美, 계속되는 ‘맞받아치기’

입력 2017-08-09 11:20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안 통과를 계기로 북한과 미국이 연일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보다 적극적 개념인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언급하자 북한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맞받았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화염과 분노’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전쟁’ ‘불바다’ ‘화염’ 같은 단어들이 물고 물리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北, 미국의 ‘예방전쟁’ 언급에 “전면전 대응”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 MS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군사옵션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예방전쟁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예방전쟁은 상대국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공격을 통해 상대국의 공격 위험을 미리 차단하는 것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킬 때 사용했던 개념이다.

그러자 북한은 맞대응에 나섰다. 우리 합동참모본부 격인 북한의 총참모부는 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 포함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총참모부는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는 우리 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것”이라며 “미국의 예방전쟁 행위 징조가 나타나면 공화국(북한) 영토가 전쟁마당으로 되기 전에 미국 본토를 우리의 핵전쟁마당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 北 “서울 불바다”… 트럼프 “화염과 분노”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최고수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노동당 외곽기구인 아태평화위원회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안을 맹비난하며 “국력을 총동원해 물리력 행사를 동반한 전략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향후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조선중앙TV도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가는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전날 우리 군이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한 경고였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미국도 공격적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이 북한을 따라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이었다”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을 향해 내놨던 위협을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히 따라한 것”이라고 전했다. 

'죽음의 백조' B-1B 랜서.


◇ 北, ‘죽음의 백조’ 한반도 전개에 “괌 포위사격” 위협

북한이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국의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도 자주 한반도로 전개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8일 오전 B-1B 2대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했다고 밝혔다. B-1B 한반도 전개는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이후 9일 만이다.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힌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2시간 내 한반도로 출격해 작전수행이 가능하고, 북한 전역을 융단폭격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춰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자 조선중앙통신은 9일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인용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괌 주변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성명은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일촉즉발 위기, 좁아지는 대화의 문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밝힌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기술이 고도화되고, 향후 추가도발이 이어질 경우 한반도 정세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팃포탯’(‘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략을 통한 기싸움이 협상을 전제한 신뢰 형성보다는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한과 교수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본다”면서도 “트럼프의 결심에 따라 미국이 군사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 수위도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양측의 긴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쟁 억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