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의 괴상한 '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입력 2017-08-09 10:21
사진=뮤지컬 '시라노'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왜 남의 코를 쳐다봐. 볼수록 요상하고 괴상한가?" 

뮤지컬 '시라노' 중 '나의 코'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들은 공연마다 '가짜 코'를 달고 나온다. 시라노는 글을 아주 잘 쓰는 글쟁이다. 하지만 뾰족하고 길며 흉측한 코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잘생겼지만 글을 못 쓰는 친구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록산을 향한 연애편지를 써준다.

이 뮤지컬은 '코'가 중요한 역할을 하다보니 특수분장에 많은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배우들이 착용하는 가짜 코가 연기와 노래에 방해되지 않게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반에는 피부와 질감이 비슷한 실리콘으로 만들었는데, 무게가 100g이 넘어 배우들이 발성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50g짜리 가벼운 코가 만들어졌다. 코를 붙일 때는 공연하는 3시간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강한 분장용 글루를 사용해 고정시킨다. 가짜 코는 코 모양이 새겨진 조소용 틀에 고무 소재의 재료를 붓고 본을 떠서 제작한다. 한 번 만든 코는 2~3회 착용할 수 있다.

이 가짜 코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시라노 역을 맡은 홍광호·류정한·김동완 등 배우 3명의 코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피부색, 안면 비율 등을 고려해 가장 이상적인 코를 만들고 있다. 김동완 류정한 홍광호 순으로 코 색깔이 밝아진다는 후문. 뮤지컬 '시라노'는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채효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