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男, 경찰에 뇌물 12만원 줬다 1500만원 '벌금폭탄'

입력 2017-08-09 09:25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자 경찰에 “봐 달라”며 12만원을 건넨 남성이 1500만원 벌금을 물게 했다.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에 비해 감형됐지만, 뇌물로 건네려던 액수의 125배를 벌금으로 내게 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최성길)는 음주운전을 한 뒤 단속 경찰에게 돈을 줘 처벌을 피하려 한 혐의(뇌물공여의사표시, 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A(55)씨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1500만원과 추징금 12만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월 1심 재판의 형량은 징역 6개월에 추징금 12만원이었다.

A씨는 지난 1월 25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를 불러 오후 9시15분쯤 경기도 의정부 자택 근처까지 도착했다. 주차를 제대로 하려고 30~40m를 직접 운전하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A씨는 음주운전 전과가 있었고 운전자 폭행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요구하며 음주측정을 하려 하자 A씨는 “한 번만 봐 달라”면서 2만원을 경찰관의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경찰관이 돈을 돌려주며 운전면허증을 다시 요구하자 A씨는 5만원 지폐 2장을 다시 건네며 “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경찰은 음주운전에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를 추가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음주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205%였다.

1심 재판부는 “동종 전과가 있고 운전자 폭행 등으로 집행유예 기간인 데도 만취 상태로 운전하고 경찰관에게 뇌물까지 주려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추징금 12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상당 기간 구금돼 반성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단속을 모면하고자 경찰관에게 뇌물까지 주려 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다만 징역형 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의 집행유예가 실효돼 징역 2년을 복역해야 하는데 이는 가혹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