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예방전쟁"에 北 "괌 포위사격"… 트럼프 "화염과 분노"

입력 2017-08-09 08:51

북한이 9일 미국을 향해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타깃'을 구체적으로 가리켰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사용할 거라며 구체적인 타격 수단까지 거론했다. 이 위협이 나온 배경에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와 함께 미국에서 고조되는 '예방전쟁론'이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예방전쟁을 시도한다면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 北 "대조선 침략기지 괌 포위사격 검토"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해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인용해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군 대변인은 성명에서 "괌도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되어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우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괌 공군기지를 "미국의 대조선 침략 전초기지, 발진기지"라고 표현했다.

북한군 전략군과 별도로 총참모부도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 '예방전쟁'이 등장한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이 새롭게 고안해내고 감행하려는 '예방전쟁'에는 미국 본토를 포함한 적들의 모든 아성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정의의 '전면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미국의 선제타격 기도는 우리 식의 보다 앞선 선제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것"이라며 "미국의 예방전쟁 행위 징조가 나타나면 우리 군대는 공화국의 영토가 전쟁마당으로 되기 전에 미국 본토를 우리의 핵전쟁마당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매스터 미국 NSC 보좌관. 뉴시스

◇ 맥매스터 "예방전쟁? 물론 가능하다"


북한이 이렇듯 위협 수위를 높인 건 지난 5일(현지시간)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꺼낸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예방전쟁'이란 적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선제공격을 가해 전면전을 막는 개념의 전쟁이다. 이라크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고 판단해 시작했던 '이라크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핵무기를 가지는 것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허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안보정책을 총괄하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직접 '전쟁(war)'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북 군사 옵션은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란 표현을 사용해 언급돼 왔다. 선제타격은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때 먼저 공격해 선수를 치는 개념이다. 이와 달리 예방전쟁은 전면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일으키는 전쟁으로 선제타격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 트럼프 "北,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북한을 향해 강도를 높인 '군사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 발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북핵 프로그램 기밀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완전한 핵보유국'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레드 라인'에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며 "북한이 ICBM에 핵을 탑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 본토를 핵무기로 위협하기 위한 퍼즐의 절반을 풀게 됐다"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도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트럼프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