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괌 포위사격' 위협한 '화성-12형'은?… 액체연료 IRBM

입력 2017-08-09 08:14
북한의 화성 12형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뉴시스

북한이 9일 미국을 향해 '괌 포위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해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괌은 미국의 대조선 침략 전초기지"

통신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인용해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를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략군 대변인은 성명에서 "괌도 포위사격 방안은 충분히 검토·작성되어 곧 최고사령부에 보고하게 되며 우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연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괌 공군기지를 "미국의 대조선 침략 전초기지, 발진기지"라고 표현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괌에 주둔하고 있는 '죽음의 백조' B-1B 등 미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한 점을 거론하며 "우리로 하여금 괌도를 예의주시하게 한다. 제압·견제를 위한 의미 있는 실제적 행동을 반드시 취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 동지께서 미국놈들이 우리나라 주변 수역과 태평양이 조용할 날 없이 갈개며(나대며) 예민한 지역에서 부적절한 군사적 망동을 일삼고 있는데, 미제의 침략 장비들을 제압·견제하기 위한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행동 방안을 검토하라고 언급하신 바 있다"고 덧붙였다.

화성 12형 시험발사를 현장지도한 김정은. 뉴시스

◇ 화성-12형, 핵탄두 1t 장착 가능

북한이 '괌 포위사격' 수단으로 언급한 '화성-12형' 미사일은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무수단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고 탄두 중량도 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근접한 중간 단계의 미사일로 평가됐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엔진이 탑재됐고, 1톤 규모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사용한 신형 엔진은 지난 3월 북한이 완성했다고 주장한 백두산 계열 80tf(톤포스, 1t을 떠받칠 수 있는 힘) 엔진”이라며 “최대 사거리는 5000㎞ 이상으로 알래스카 등 미국 일부를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 미사일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각으로 발사돼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 공해상에 설정된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완전하게 새롭게 설계한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의 유도와 안정화체계, 구조체계, 가압체계 등 모든 기술적 특성이 완전하게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미사일은 시험발사 당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내 해상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액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액체연료 추진형 엔진의 특징인 직선 형태의 화염이 확인됐었다. 일본 방위성은 "(과거 북한이 발사한) 스커드, 노동, 무수단과는 탄두 모양이 다르다"면서 "4월 15일 북한의 제105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열병식 당시 공개된 신형 미사일(KN-17)과 "형태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화성-12형이 탄두 무게에 따라 미국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화성-12형 시험발사 과정을 현장에서 '지도'했다. 그는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에 들어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섬멸적 보복 타격의 온갖 강력한 수단이 우리 수중에 있다”고 위협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