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 작가 측에 따르면 2015년 10월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저작권법과 랜험법(연방상표법)에 근거해 영국 패션 디자이너 마리 카트란주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에 대한 소송이 지난 1월 재판 직전 양측의 합의로 종결됐다. 소송은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진 국제변호사가 대리했다.
미국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서는 마리 카드란주가 ‘Mary's A to Z' 컬렉션 중 ’알파벳 T'에 해당하는 제품(상의와 가방) 디자인에 이 작가의 2013년 작품인 ‘나무…#3’ 중 일부를 무단으로 도용 및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며 사과와 손해배상, 그리고 제품 홍보 및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이 작가는 캔버스를 나무 뒤에 설치해 사진을 찍어 회화 같은 효과를 내는 독창적인 제작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 작가는 “해당 작품은 시화호 갈대 습지에서 2012년 말 찍어 2013년 초 완성했다. 시화호 갈대밭은 이 사진을 찍은 직후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면서 없어졌다”면서 “따라서 유사한 방식을 써서 재촬영 했다기 보다는 제 작품을 포토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조사과정을 거쳐 법원 측은 원고 이명호 작가와 피고 마리 카트란주에 대한 재판 전 합의를 타진했다. 지난 1월 11일로 예정됐던 첫 재판일 직전인 3일 양측이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합의한 배상금액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소송 가액은 200만 달러(약 23억원)다.
합의에 따라 마리 카트란주는 이 작가에게 공식 사과 편지를 포함해 손해 배상 등 합의한 세부 사항을 즉시 이행했다. 현재 마리 카트란주 홈페이지에서 ‘Mary's A to Z' 컬렉션 중 문제의 ’알파벳 T' 디자인은 삭제된 상태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모두 삭제됐다.
소송을 대리한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이른바 세계적인 명품 디자이너가 우리나라 사진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사진 작품의 수준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향후 유사분쟁의 예방과 해결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2011년 로스앤젤레스 게티미술관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미국, 덴마크를 비롯한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