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로 400억원 자산을 일군 뒤 잇단 기부활동을 통해 ‘청년버핏’이란 별명을 얻은 대학생 투자자 박철상(33)씨가 실제로 번 돈이 14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씨는 8일 매경이코노미 인터뷰에서 “기부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다”며 “순수하게 번 돈은 14억원 정도고, 2013년 기금을 설립하면서 지인들이 운용을 부탁해 제 돈과 지인들의 투자 재원 등을 합쳐 기부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400억원 자산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간 관련 질문을 피하고 바로잡지 않았던 것은 다 제 불찰”이라며 “기부에 대한 욕심 때문에 액수를 키워나가다 보니 일이 커졌고,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홍콩 자산운용사에서 일했다는 이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5년 종잣돈 1500만원을 가지고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이 돈을 400억원대로 불렸다고 알려져 유명세를 얻었다. 현재는 장학 기금을 운영하며 총 24억원을 기부했다. 2015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지난 2일에는 모교 경북대에 13억원대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약정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씨는 주식투자가 신준경(44)씨가 3일 페이스북에 '400억원대 박철상 자산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쓸렸다. 신씨는 지난해 ‘청담동 주식 부자'로 행세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이희진씨의 실체를 폭로한 주식투자가다.
신씨는 박씨를 향해 “실제 400억원을 주식으로 벌었다면 직접 계좌를 보여 달라”며 “박씨의 말이 맞는다면 그가 원하는 단체에 현금 1억원을 약정 없이 일시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신씨가 계좌 검증을 요구하자 박씨는 4일과 5일 페이스북에 “수익계좌를 보여 달라고 아이처럼 떼를 쓰는 분이 계신데 황당하다”며 “일면식도 없는 분이 밑도 끝도 없는 고집을 부려 실소만 나온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8일 박씨가 매경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400억을 벌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시인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거짓이 탄로 날까 항상 불안했고, 미리 바로잡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박씨과 진실 공방을 벌인 신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 청년은 본질은 나쁜 사람은 아니며 사회가 영웅으로 만드는 데 본인도 심취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