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은 돌고 도는 습성이 있습니다. 한번 화제를 모은 게시물은 커뮤니티를 떠돌며 또다시 논란을 낳곤 합니다. 여기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한 ‘요즘 화장실 문에 많이 걸려 있다는 문구’라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올라왔습니다. 사진에는 “여자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찬 남자 직원이 청소합니다. 그 ‘환상’을 지켜주세요”라고 적혀있는데요. 별 표시와 함께 “휴지는 제발 휴지통에 넣어주세요”라고 붉은색 글씨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찍힌 것으로 보이는 화장실 안내문 사진들이 공개됐는데요. 모두 ‘여자에 대한 환상을 깨지 말아 달라’며 공공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유사한 문구가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져 여자 화장실에 부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네티즌들은 “그냥 ‘깨끗이 사용해 주세요’라고 써놓아도 알아듣는다”면서 “안내문 작성자의 오버에 의도가 읽힌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환상’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는데요. “누군가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화장실을 깨끗이 써야하는 거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 평범하지 않은 화장실 안내 문구의 원조는 지난 3월 언론에 보도로 알려진 광주의 한 카페와 서울의 한 PC방입니다. 카페와 PC방 관계자는 “별 의미 없이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는데요. 당시 네티즌들도 지금처럼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 업주는 안내문을 제작하며 나름의 유머를 담았다고 생각했을 텐데요. 의도를 전하기 앞서 상대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봤더라면 어땠을까요. 문제의 여자 화장실 안내문은 여전히 재미보단 ‘불편함’만 주고 있는 듯합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