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구글 직원이 6일(현지시간) '구글의 이념적 생태계'라는 제목의 10쪽 분량의 글을 통해 "남녀 임금격차는 생물학적 능력 차이 탓"이며 "여성은 신경질적이고 스트레스를 못 참는다"라는 내용의 글을 공개하면서 실리콘 밸리가 뒤집어졌다. 다양성을 근본 가치로 삼는 구글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구글 내부 직원 게시판에는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아 해고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에 구글은 문제의 직원을 찾아내 해고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논란의 글을 올린 인물은 엔지니어 제임스 다모레로 드러났다. 다모레는 자신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영구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사적인 내용"이라는 이유로 다모레의 해고과 관련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역시 7일(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다모레의 글을 비난하고 해결책을 촉구했으나 해고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레코드'는 7일(현지시간) CEO 순다 피차이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도했다. 피차이는 이 메일에서 "구글 직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과반수의 구글 직원은 이 엔지니어의 발언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의 이념적 생태계'라는 글은 구글의 행위 규범에 위배되고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퍼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의 목표는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위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구글의 직원들이 생물학적 특징 때문에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발언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모욕적"이라고도 했다. "구글은 왕따, 위협, 편견, 차별이 없는 사내 문화를 이끌고자 한다"면서 구글의 다양성 정책을 재차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해당 직원의 글이 성차별 등을 겪었던 직원들에겐 상처를 줬을 것"이라며 "직원들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못을 박았다. 피차이는 다모레의 글이 실리콘밸리 전반에서 비난을 받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꺼려 하는 직원들이 생길까 염려했다. 이에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글에서 제기된 이슈들은 중요한 논쟁 사안이기도 하다"며 "서로 반대하는 논쟁적 이슈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는 모두가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피차이는 직원들에게 "주변 사람 중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라. 그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풀어나가보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구글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폭넓은 환경"을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