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이재영에 미안, 시스템의 필요성 말했던 것"

입력 2017-08-08 11:39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이 1일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마치고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이 후배 이재영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진화하고 나섰다.

김연경은 8일 매니지먼트 피피에이피를 통해 자신이 내놓았던 발언의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김연경은 "출국 전 인터뷰로 인해 많은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다"며 '대표 선수 관리만이 아닌 인재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의 필요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 이재영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해 "이를 설명하는 와중에 이재영 선수 실명이 거론됐지만, 이는 이재영 선수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저와 이재영 선수의 관계에 대한 추측성 기사 및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실명이 거론돼 상처를 받았을 이재영 선수에게 미안함을 전달하며, 더 이상의 추측성 기사 및 악성 댓글은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연경은 전날 제19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하며 엔트리를 채우지 못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흥국생명의 이재영 선수를 거론하며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이 대표팀에 들어왔어야 했다. 팀에서도 경기를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제재는 없다. 이렇게 하면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영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재활 중이고 배구공을 갖고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지금 대표팀에 가면 부담만 줄 거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기사에도 이재영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며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월드그랑프리 2그룹 3주차 한국과 폴란드의 마지막 경기, 한국의 김연경(10번, 왼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승리를 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자 김연경이 자신의 발언을 진화했다. 김연경이 직접 언급했듯 협회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7 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에도 14명의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고 12명만 출전했다. 

김연경을 필두로 양효진, 김해란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준우승을 거뒀지만, 엔트리를 모두 채워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줬더라면 목표로 했던 우승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연경도 준우승 후 귀국하며 "준결승 이후 우리가 약간 지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랑프리 대회 전 이소영, 강소휘, 배유나 등이 부상으로 빠진 악재였지만, 협회의 관리 및 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결국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고 13명만 출국길에 올랐다.

한국의 경쟁 상대로 꼽히는 일본과 태국은 14~16명의 엔트리를 구성해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두고 경쟁했던 일본과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은 전통적인 강자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분류됐던 태국마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결국 김연경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국제 대회는 작은 대회이더라도 성적 외에 선수들의 경험 등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을 바라보려면 대표팀 관리와 인재 육성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진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