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의 비판에 이재영이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재영은 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재활훈련 중이고 배구공을 갖고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지금 대표팀에 가면 부담만 줄 거라 생각했다"며 "나도 답답하다. 김연경 언니 등이 고생하는데 나도 당장 태극마크 달고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재영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재활에 집중해 빠른 시일 안에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영의 소속팀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도 "재영이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을 만든 뒤 대표팀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대표팀) 홍성진 감독과 다음달 열리는 그랜드챔피언십에 출전하기로 얘기했다"며 "연경이도 답답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김연경 등 여자배구 대표팀은 제19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필리핀으로 향했다. 김연경은 출국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영의 이름을 거론하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이 대표팀에 들어왔어야 했다"며 "팀에서도 경기를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제재는 없다. 이렇게 하면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며 작심한 듯 발언했다.
이후 이재영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영이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팀 훈련 후에 나머지 훈련을 한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이재영은 "정상적 배구 훈련이 아니라 근육 강화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였는데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V리그 MVP로, 김연경의 뒤를 받쳐 윙 스파이커 임무를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선수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힘을 보탰고,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김연경과 호흡을 맞췄다.
김연경은 지난 6년 동안 국내 리그보다 일정이 빡빡하고 이동거리가 긴 터키 리그에서 뛰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적극적으로 합류해 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중국 상하이로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대표팀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이적의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엔트리조차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 결국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 대표팀은 14명의 엔트리에서 1명 적은 13명으로 대회에 출전한다. 반면 경쟁 상대인 일본과 태국은 14~16명의 엔트리를 구성했다. '김치찌개 회식' '절반 비즈니스석' 논란 등으로 협회의 부실한 지원에 배구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수 차출마저 매끄럽게 되지 못해 결국 곪아 있던 불만이 터지고 말았다.
진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