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을 메고 살아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15)군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15명을 면담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안건 20건이 상정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국무회의 심의 안건 중에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법률’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안이다. 개정안은 살생물제 사전승인제 도입, 화학물질 유해성 정보의 조기 확보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재발 방지 입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그 내용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면담에는 급성호흡심부전증으로 산소통에 의존해 살고 있는 임군과 임군의 어머니 권은진씨,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남동생을 잃은 최숙자씨, 부친을 잃은 임미란씨, 6년째 중증 천식을 앓고 있는 조순미씨 등이 참석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도 배석한다.
◇ 13년째 산소통 달고… 임성준군
유해 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가 임군의 폐 속으로 들어간 건 첫 돌 직후였다. 잦은 구토 증상에 병원을 찾았고, ‘급성 호흡 심부전증’이란 병명을 얻었다. 중환자실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서야 산소통과 함께 퇴원할 수 있었다.
호흡보조기를 달고 생활해 온 시간도 13년째로 접어들었다.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한참 뛰어놀 나이지만 임군은 그렇지 못하다.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를 하루 종일 코에 꽂은 채로 집안에서 생활한다. 호스의 길이가 임군의 생활 반경이 됐다.
임군의 엄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뉴스로 보고서야 10년 넘게 아들을 괴롭힌 병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임을 알았다고 한다. 더 건강하게 키우려던 마음에 산 것이 가습기 살균제였는데, 아들에겐 독이 되고 말았다. 이제 폐 이식 수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정부는 지난달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하면서 선진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화학물질·제품에 대한 철저한 위해성 평가, DB 구축, 정보공개·공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먹거리 안전 국가책임제 실현, 먹거리 복지 구현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임군과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구체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피해구제계정 설치(1250억원), 2030년까지 1톤 이상 모든 기존 화학물질(7000종)의 정부 등록 의무화, 2018년까지 영업비밀 남용차단을 위한 사전승인제 도입, 인체직접적용제품 독성DB 구축(3000건), 인체위해성 평가 및 공산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먹거리 안전관리 강화 및 범정부적 기본계획 수립 등을 추진키로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