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결심공판에 출석하면서 들고 온 초록색 공책이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수갑 찬 모습을 가리기 위해 흰색이나 노란색 봉투를 손이 들었던 것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재판기간 내내 비교적 밝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이 부회장은 이날만큼은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 속앓이의 흔적인 듯 얼굴엔 뽀루지까지 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 공책을 구치소에서 구매해 이날 피고인으로서 마지막 의견을 밝히는 최후진술을 자필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서는 이 공책을 360원에 판매하고 있다.
법정에서 줄곧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부회장은 최후변론 시간이 되자 공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책을 펼친 이 부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쓴 최후변론을 한글자씩 읽어 내려갔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서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그런 욕심을 내겠냐”며 “너무나 심한 오해이고 너무 억울하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에 박영수 특검팀은 “권력과 유착돼 사익을 추구한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진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원하는 국민 염원마저 저버렸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정점이자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 피고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를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에 하기로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