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복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학살을 세계에 고발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동하면서 탑승한 택시의 운전사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김씨는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힌츠페터는 김씨를 수소문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25일 사망했다. 김씨의 행방을 찾는 움직임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을 계기로 커졌다. SNS에서는 그의 아들을 자처한 사람이 나타났다.
1. 김사복은 누구인가
힌츠페터는 1963년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에 카메라 기자로 입사했다. 1973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80년 5월 한국 정세의 이상기류를 감지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같은 달 19일 신군부의 감시를 피해 같은 방송사 녹음담당 기자 헤닝 루모어와 함께 광주로 잠입했다. 신군부의 발표와 다르게 선량했던 광주시민의 모습, 계엄군의 유혈진압 현장을 같은 달 21일까지 광주에서 체류하며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촬영한 필름을 몰래 반출해 독일로 보냈다. ARD-NDR은 같은 달 22일 밤 뉴스에서 광주 상황을 보도했다.
힌츠페터의 필름은 2003년 5월 18일 우리나라에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KBS ‘일요스페셜’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제작한 ‘푸른 눈의 목격자’ 편으로 그의 영상을 방송하면서였다. 힌츠페터는 이 방송을 계기로 그해 12월 우리나라로 초청돼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수상소감에서 김씨를 언급했다. 그는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 헌신적이었던 광주의 젊은이들, 방송사 동료가 없었으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김씨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하의 항목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됐습니다.
2. 김사복의 행방에 대한 추측
힌츠페터는 생전에 김씨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김씨를 자처하지 않았다. 김씨의 생존 여부는커녕 이름이 본명인지 가명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독일)이 주연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지난 2일 개봉해 흥행하면서 김씨의 행방을 찾는 움직임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행방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2-1. 은둔설‧가명설: 힌츠페터는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반면 김씨는 신군부의 압제 속에 남아 일과 삶을 이어가야 했다. 김씨는 힌츠페터의 취재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신군부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씨가 이 점을 우려했으면, 힌츠페터와 작별하면서 본명을 말하지 않고 신분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김사복은 가명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김씨가 신군부의 잔재를 의식해 은둔했거나 다른 나라로 떠났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2. 사망설: 김씨가 신군부의 공안당국에 붙잡혀 살해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차량 번호판만 추적해도 운전사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잠시 나왔던 장면처럼 김씨가 사복경찰에게 자택 주소를 발설했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폭정을 행사했던 군부 독재의 ‘악몽’은 김씨의 사망설이 제기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3. ‘김사복의 아들’을 주장하는 사람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 나흘째인 지난 5일 트위터에서 자신을 “김사복의 큰아들”이라고 주장한 이용자가 나타났다. 그는 ‘김승필(@franio****)’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아들과 영화를 봤다. 언제나 내 안에 있었던 영웅이 밖으로 나오는 느낌이었다. 아버지를 잊지 않고 찾은 힌츠페터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제작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힌츠페터의 기억대로 ‘김사복’이 본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6개월 투병 끝에 1984년 12월 19일 사망했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김씨는 영화의 설정과 다르게 여러 자녀를 양육했고, 신군부 때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의 트윗은 8일 오전 0시 현재 700건 이상 재배포됐다. 다만 트위터 이용자들은 김씨의 아들을 확증할 사진이나 문헌을 공개하지 않은 그의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우연히 같은 시절 같은 직업을 가졌던 김씨 동명이인의 아들이 착각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택시운전사 김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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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