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원마운트에선 꽃마차 2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 두 마리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꽃마차 운행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들은 원마운트로 향했다. 이들은 숨을 몰아쉬며 손님을 기다리던 말들을 보고 "꽃마차 운행은 동물학대"라면서 "도로에서 주·정차하며 대기하는 것은 도로교통을 방해한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꽃마차 운영자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꼭 운행하겠다면 해가 떨어지고 하는 것이 말에 대한 도리 아니겠느냐"며 하소연했다.
앞서 케어는 지난달 17일 '한국마사회는 꽃마차 보급 사업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통해 꽃마차 사업은 '말 학대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마사회는 6월 '승용마 수요 확대 및 국민의 레저 수요 충족'을 위해 '마차 보급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사업자 선정 공모에 나섰다. 경북 영천에 승용마조련센터를 설립하고 호주 출신 경주마 트레이너를 영입해 꽃마차 마부 양성교육과 사업 컨설팅 지원까지 약속해가며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케어는 "한국마사회가 동물학대로 지탄받아온 꽃마차 운행 금지 요구를 외면한 채 이를 국민 여가산업으로 확대,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이익 창출에만 집착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더위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된 말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무거운 꽃마차를 끄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꽃마차를 이끄는 말들의 실태를 전했다.
케어에 따르면 꽃마차 운영자들은 운행 중 배설을 막는다는 이유로 식수와 먹이 제공을 제한하고, 말의 예민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음악과 불빛을 내며 도로를 다니게 한다. 더운 날이건 추운 날이건 가리지 않고 쉼 없이 승객을 나르게 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