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에서 제외하고 만든 19세기 후반의 지도가 발견됐다. 이 지도는 당시의 일본 검정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독도를 제외하고 그린 국경선이 뚜렷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의미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가 3일 개최한 월례발표회에서 '오카무라 마쓰타로'가 1886년 편찬한 지리교과서 '신찬지지'의 독도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신찬지지 가운데 제2권 본문에 실린 '일본총도'는 이미 2012년 국내 학계에 소개됐다.
일본총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섬이라는 사실이 가로줄로 표시돼 있다. 반면에 오키제도를 포함한 나머지 섬은 일본 영토에 포함돼 있다. 한 교수가 공개한 것은 신찬지지 제3권에 있는 '아시아 지도'로 여기서는 일본이 독도와 울릉도를 제외하고 국경을 표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일본총도는 독도가 조선 땅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지만 이번에 발견된 아시아 지도는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지도에는 일본의 국경이 붉은색으로 그어져 있는데 지도에는 남쪽의 오키나와와 쓰시마 섬부터 북쪽의 홋카이도와 쿠릴 열도까지 모두 선 안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울릉도와 독도 해역은 확실하게 이 붉은색 선에서 제외돼 있다.
국경선을 이렇게 처리한 지도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리 교과서 집필자인 '야마가미 만지로'의 '중등교과용지도 외국부(1902)' '여자교과용지도 외국지부 상(1903)'에서도 확인된다.
한 교수는 "아시아 지도의 일본 국경선 안에 오키 제도는 있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그려지지도 않았다"며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했다면 섬을 그려 넣고 국경선을 더욱 올려서 그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경선은 보통 모든 지리 정보를 종합해 그리기 때문에 당시 일본이 독도를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한 교수는 마쓰타로가 1892년 내놓은 '명치지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치지지의 제1권에도 일본 각지의 지리 정보를 상세히 그린 '부현명세도'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오키 제도만 관할 지역으로 그려져 있을 뿐, 독도는 빠져 있다.
신찬지지 권2~4는 일본 문부성이 검증한 교과서다. 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마쓰타로의 지리 교과서는 검정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 견해라기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신찬지지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때 내세우는 '고유영토론'과 주인이 없어 점유했다는 '무주지 선점론'을 비판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라고 역설했다.
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