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안되는 인신매매 온상 '다크 웹'…英모델 납치사건서 드러나

입력 2017-08-07 15:54
(사진= POLIZIA DI STATO·이탈리아 경찰) 이탈리아 경찰이 재현한 납치 당시 상황

인신매매 범죄조직 '흑사병(Black Death)'에 납치됐던 20세 영국 여성이 2살 딸의 엄마라는 이유로 극적으로 풀려나면서 '다크 웹(Dark Web)'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탈리아 검찰은 5일(현지시간) 20세 여성 모델을 납치한 용의자로 영국에 거주하는 폴란드 국적의 루카즈 헤르바(30)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진= POLIZIA DI STATO·이탈리아 경찰) 납치에 쓰였던 차량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한 피해 여성은 지난달 10일 모델 사진 촬영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 중앙역으로 향했다. 역 근처 스튜디오에 도착한 그는 헤르바를 포함한 두 명의 남성에게 납치당했다. 이 여성에게 마취제인 케타민 주사를 투여하고 입을 막고 수갑을 채운 이들은 여성을 큰 여행가방에 가두고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사진= POLIZIA DI STATO·이탈리아 경찰) 여성이 감금돼 있었던 이탈리아 토리노의 자택

납치범들은 파란색 차량에 여성을 싣고 약 2시간30분을 달려 밀라노로부터 120마일(약 193㎞) 떨어진 토리노 인근의 농가로 향했다. 여성은 이곳에 6일간 감금됐고 그동안 성폭행은 당하지 않았다. 그 대신 헤르바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상반신이 벗겨진 여성의 사진과 함께 '미국 출신, 파리에서 유괴, 47㎏' 등의 정보가 담긴 글을 올려 30만 유로(약 4억원)에 성노예로 팔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2살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사실을 밝히자 풀려났다. 납치범은 그에게 "당신은 두 살짜리 아이가 있고 우리는 엄마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델을 풀어준 뒤 헤르바는 여성에게 5만 달러(약 5천6백만원)을 요구하며 사건을 경찰에 알릴 경우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 POLIZIA DI STATO·이탈리아 경찰) 인신매매 납치범 루카즈 헤르바(30)

헤르바는 지난달 17일 이 여성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밀라노의 영국 영사관까지 동행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모델과 동행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헤르바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불법 웹사이트 '다크 웹'을 운영하는 단체 '흑사병'의 사주를 받고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다크 웹은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심층 네트웨크로, 납치·인신매매·살인청부 등의 사이버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헤르바가 흑사병이라는 집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만의 집단을 만든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헤르바가 기존 납치범들과 미리 연락을 취해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며 "헤르바의 컴퓨터에서 성노예로 팔린 세 명의 여성을 추가적으로 파악해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