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박근혜(65)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욕설과 함께 물세례를 받았다. 7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박 특검이 법원 로비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박 특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리는 이 부회장 등 5명의 결심공판에 앞선 오후 1시48분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법원 청사 앞에 도착했다. 그가 승용차에서 내리자 주변의 긴장감은 고조됐다. 법원 청사 2층 로비에는 마침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수십여명이 “박 전 대통령 대신 나를 대신 잡아가라”며 고함을 치며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49회 공판기일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렸다.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인력 100여명을 배치해 길을 만들었고 법원은 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이 부회장 재판에 세 번째 나온 박 특검은 ‘특별히 출석하게 된 배경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구형을 해서 의견을 얘기하고자 한다”고 짧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박 특검이 법정 로비에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고, 박 특검 이름을 크게 소리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박 특검은 경찰들에 에워싸여 법정으로 향했다. 지지자들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걸어가는 박 특검을 향해 물을 뿌리며 욕설을 쏟아냈다. 이들의 물세례로 박 특검 양복 오른쪽이 살짝 젖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재판부에 이 부회장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낸 ‘반올림’ 회원들에게도 욕설과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갖는 반올림 관계자들에게도 욕설을 내뱉어 경찰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