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분 통화, 文대통령 주로 말하고 트럼프 경청…그러다 FTA 꺼내”

입력 2017-08-07 14:20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전 8시쯤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통화는 56분간 이어졌다. 의례적인 대화를 넘어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청와대는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주로 이야기를 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청했다. 문 대통령이 주로 얘기하던 주제는 북한과 안보였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안을 언급하는 문 대통령의 말을 “좋다” “감사하다”며 듣던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말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화제로 끄집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며 “오늘 56분 대화는 대부분 문 대통령이 이야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경청하는, 그런 시간 흐름이었다. 중간 중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좋다’ ‘아주 좋다’ ‘감사하다’ 이런 표현을 6차례 했다. 유익한 대화였음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주로 이야기한 것은 안보에 관한 여러 가지 이슈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대화 주제를 FTA로 바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 이야기를 주로 듣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제를 이야기하자고 직접 말하며 FTA 관련 대화를 이끌어갔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바뀌었다고 한다.

◇ 안보 얘기 열심히 듣던 트럼프… “막대한 무역적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의 훌륭하고 위대한 동맹이자 동반자"라며 "미국은 한미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막대한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재협상 수준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측 대표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에 임명된 만큼 앞으로 양측 관계당국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언급에 대해 "우리는 국방비 지출을 늘려갈 계획이고 내년에 특히 그럴 계획이 있다"면서 "국방예산 대부분이 한국군 자체의 전략 방어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겠지만, 국방비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일 터여서 대한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안보 분야의 동맹과 함께 경제 협력의 근간이 되는 한미 FTA가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 트럼프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봤나요?”

안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발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좋다” “감사하다” 등의 말을 하며 문 대통령의 설명을 듣던 트럼프는 “실제로 지금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봤나요?”라고 물었다.

이 발언의 맥락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께서 대북 대화를 말했는데 정말 궁금해서 한 번 여쭤봅니다. 실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봤나요’라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는 (대화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내가 제안한 대화의 본질은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한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인도적 조치, 핫라인 복원을 통한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 배경에 대해 "(남북대화에 대한) 의구심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