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지지율 추락 마크롱, 고공행진 文대통령…차이는?

입력 2017-08-07 09:28

의회에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신당을 만들어 지난 5월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석 달 만에 뚝 떨어졌다. ‘추락’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취임 당시와 판이하게 다른 상황을 맞았다. 반면 같은 달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77%였다. 7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역대 정권과 확연히 대비된다.

두 대통령은 공통점을 가졌다. 모두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권을 잡았다. 프랑스 국민은 집권 여당이었던 사회당을 사실상 해체 위기로 몰아내면서 마크롱을 선택했다. 한국 유권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 몰아내고 조기 대선을 치러 문 대통령을 선출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정책적 지향점이 다를진 몰라도 기존 질서의 ‘개혁’을 외쳤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 ‘주피터’가 된 마크롱

하지만 프랑스 국민은 석 달 만에 마크롱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역동적이고 신선한 이미지의 젊은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는 컸다. 그것이 가장 뚜렷하게 곤두박질한 건 지난 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였다. 마크롱의 정책에 만족하거나 그가 국가적 중대사를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는 응답자는 50%를 밑돌았고 30%대로 떨어진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66%를 득표해 당선되고 이후 그의 신생 정당이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달라진 것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프랑스여론연구소)는 “신임 대통령이 취임 후 여름까지 이토록 급격하게 인기가 추락한 경우는 1995년 7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경우를 빼고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지율 급락은 예산 감축 발표, 노동개혁 잡은, 군부와의 다툼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험 없는 미숙한 정치인’이란 지적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을 ‘주피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제왕에 빗댄 것이다. 그가 프랑스의 정치판을 뒤엎고 39세에 최고권좌에 오른 뒤 거만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담겨 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렉티브는 그의 인기 하락이 학생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감축, 저소득층 세제 경감을 위해 은퇴자들의 세 부담을 늘린 조세개혁, 노동시장의 자유화를 염두에 둔 노동개혁 등의 여파라고 분석한다. 군을 대표하는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과 국방예산 삭감을 두고 논쟁을 벌인 일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언론 인터뷰 등을 꺼리며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 문 대통령 ‘취임 3개월 지지율’ 역대 최고 수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서 주목할 점은 높은 수치와 함께 그 지속성에 있다. 취임 후 첫 조사에서 지지율 80%를 웃돌았던 인기는 여전하다.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초기 국정 지지율은 40%대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로 시작해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급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60%대를 유지했지만 100일 후 40%대로 꺾였다. 문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치를 가장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보수 지역으로 알려진 대구·경북(TK)지역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50%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과반의 지지를 받는다. 보수층에서도 5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지기반과 거리가 먼 유권자들에게서도 아직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과거 대통령의 지지율 특성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고공행진의 배경에는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탄핵된 박근혜 정권의 참담한 실정을 유권자들이 경험한 터라 반사효과를 얻은 측면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권위의식을 버린 문 대통령의 낮은 행보와 속도감 있게 제시한 굵직한 개혁정책 등이 더해졌다.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야 3당이 대선 이후 전열 정비에 시간을 보내고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공감을 얻을 만큼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는 정부에 유리한 요소가 됐다.

◇ 마크롱과 문재인, 차이는 ‘경험’과 ‘의제’

두 대통령의 상반된 지지율 추이는 국정 운영의 ‘경험’과 집권 초기 ‘의제’ 설정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권력을 쥐었다. 정치적 경험을 자산으로 분류하기 힘든 경력을 가졌다. 그것이 강점으로 작용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긍정적 요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질서를 바꿔 나가려면 정부는 힘을 유지해야 하고, 그 힘은 국민의 지지에서 나온다. 여론의 동의를 얻어내는 건 곧 설득의 과정인데, 마크롱은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줬다. 국방예산 감축 과정에서 빚어진 합참의장과의 공개적인 충돌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를 해임하면서 무마했지만 이런 식의 충돌이 여러 정책에서 노출될 경우 여론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이미 국정운영에 깊이 참여했던 경험을 가졌다. 대선에 두 번째 출마한 터여서 국정수행 준비를 두 번 한 셈이다. 소속 정당은 국회 다수당이고 역시 수권 경험을 갖고 있다. 취임 초기 꺼내 든 많은 정책은 ‘입법’ 대신 ‘시행령’ 또는 ‘업무지시’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권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며 개혁 작업을 진행해왔기에 갈등과 잡음도 줄일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취임 석 달을 맞은 시점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여러 정책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증세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그렇고, 탈원전 문제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된다. 하반기 국회는 ‘입법전쟁’이 예고돼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개혁 과제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개혁을 추진하느라 지지율에 타격을 입는 것은 과거 많은 대통령이 겪었던 ‘숙명’ 같은 일이었다.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개혁과제 수행에 완급조절을 해야 한다. 찬반이 엇갈리는 개혁 과제를 진행하는 동시에 대부분이 공감하는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을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