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 승객 70명이 고립됐지만 롯데월드 측은 소방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한 것으로 드러나 늑장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58분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 3층에 설치된 놀이기구 ‘플라이벤처’가 가동 중 갑자기 멈춰 서 탑승객 70여명이 공중에 매달린 채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플라이벤처는 높이 12m, 폭 20m의 초대형 스크린 영상을 보며 비행을 체험하는 놀이기구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8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사고 발생 1시간 만이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사다리 장비 등을 이용해 밤 10시쯤 탑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승객 중에는 8~9세 어린이가 9명, 대만이 관광객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어서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건 롯데월드 측이 신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고 직후 롯데월드 측은 정비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매뉴얼대로 조치를 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승객들에게 물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만 반복하자 보다 못한 승객 1명이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쯤이었다.
사고를 당한 한 탑승객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불도 좀 켜주고 뭔가 사람이 앞에 나와 말을 해줘야 하는데 암흑 속에서 1시간을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탑승객도 “물이라도 아이들한테 줄 수 있게 달라고 했는데 아무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탑승객 중 한 명이 운행 중 하차를 요구해 기계를 수동적으로 멈추는 과정에서 탑승 장치가 원위치로 못 돌아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3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탄식한 이들이 많았다. “셀프 구조 요청은 여전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고만 할 건지 한심하다” “대부분 용역직원에 아르바이트생들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책임자가 없으니 신고조차 못한 것 아니냐” “어둠 속에서 1시간이 1년 같았을 텐데”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