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년 전 사업 자금을 필요로 하는 친구에게 연 12%의 이자 지급 등을 조건으로 1,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친구는 한동안 이자를 지급하다가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이자를 더 이상 주지 않고 있다. 사기죄로 고소가 가능한가?
사기죄는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적인 이익을 취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를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고 그 처분 행위로 재산적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기죄는 생각보다 성립되기가 힘듭니다. 2015년 기준 사기죄가 수사과정에서 인정되어 공소가 제기된 경우(기소된 경우)는 22%에 불과합니다. 즉 사기죄로 고소해도 열명 중 여덟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기죄 성립이 어려운 이유는 성립요건 중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려워서입니다. 기망의 고의는 남을 속이려는 의도를 의미하는데 사기 범행의 시점에서 존재해야만 하고, 범행 이후에 생긴 기망의 고의는 사기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즉,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지 않겠다’라는 의도가 존재할 때만 사기가 성립되고, 돈을 빌릴 당시에는 돈을 갚겠다는 의사가 있었으나, 이후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법원도 ‘차용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 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기를 칠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아니면 돈을 빌릴 때에는 갚겠다는 의사가 있었지만 이후 돈을 갚지 못하게 되었는지는 오직 사기범만 알 수 있습니다. 즉 사기범이 “저는 처음에는 돈을 갚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갚지 못했다”라고 할 경우 그 말이 거짓인지 판단하기는 거의 불가능입니다.
이 때문에 기망의 고의는 여러 정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A씨 친구가 이자를 몇 차례 지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기죄의 ‘기망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이자를 몇 번 받았다면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어렵고 반대로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자를 몇 번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자를 몇 번 받았어도 상대방이 돈을 빌릴 시점에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었거나 특히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기망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돈을 빌려주면서 문서에 상대방의 재정상태를 적시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즉 사기를 당한 경우 고소의 핵심은 갚을 의사와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에 달려있으므로 돈을 빌려간 상대방이 그 당시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구체적 사실관계와 입증자료로서 소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法을 몰라 팥쥐에게 당하는 이 땅의 콩쥐들을 응원함.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Korea Times 법률고문 등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