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조 아닌 병헌 “모험이 좋아… 평생 연기할래요” [인터뷰]

입력 2017-08-06 12:07
병헌 인스타그램

조금은 늦게 찾은 자신의 진정한 꿈. 배우 병헌(본명 이병헌·24)은 오직 그 하나의 꿈을 위해 나아가기로 했다. ‘그룹 틴탑 멤버 엘조’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미련 없이 내려놨다. 연기에 대한 열망을 가득 안고 그가 향한 곳은, 대학로였다.

지난 3월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소극장 연극 ‘공장장 봉작가’가 그 시작이었다. 극단 배우다방 단원들과 부대끼며 연기의 맛을 느꼈다. 이어 합류한 작품은 연극 ‘스페셜 라이어’. ‘라이어’ 20주년을 기념한 이 공연에서 그는 이종혁 원기준 안내상 서현철 안세하 오대환 등 베테랑들과 호흡을 맞췄다.

까마득한 선배들과 함께한 ‘스페셜 라이어’는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다들 이미 배우로서 인정받고 성공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신인인 저보다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저도 꾸준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병헌은 “나는 거의 매일 공연 후기를 찾아보는 편”이라며 “관객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라이어’의 오랜 팬 분께서 ‘병헌이만의 바비 프랭클린을 봤다’는 평을 해주셨는데,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 말들이 굉장히 힘이 돼요.”

연극 '공장장 봉작가'(위 사진)와 '스페셜 라이어' 팀 단체사진. 병헌 인스타그램

‘스페셜 라이어’ 서울 공연을 무사히 마친 그는 또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오는 15일부터 2개월여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북한 특수요원 원류한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비밀작전 수행을 위해 남한에 잠입해 동네 바보 동구로 신분을 속이고 살아가는 인물. 동명의 영화에서 김수현이 연기했던 역할이다.

병헌은 “원래 김수현 선배님 작품을 다 찾아보는 편이라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여러 번 봤다”며 “내가 이 역을 맡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단, 부담만큼 기대도 크다. 그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일단은 설레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고 웃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제작사 측에서 출연 제안을 주셨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이 됐어요. 다른 배우들은 이미 연습에 들어간 상황인데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생각지도 못했었거든요. 연극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근데 제가 워낙 모험을 좋아하거든요. 스스로에게 시련을 주고 싶었어요(웃음).”

첫 뮤지컬 도전이기에 아직 몸에 완전히 익지는 않았다. 병헌은 “틈만 나면 대본을 읽고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고 계속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습해야 할 것 같다”며 “저의 첫 공연을 제가 객석에서 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궁금하다. 굉장히 떨린다”고 했다.


용솟음치는 연기 열정은 잠깐의 쉼도 허용치 않는다. 오는 1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S다이어리’에 깜짝 합류해 첫 1인2역을 선보였다. “무대를 끝내고 집에 가면 뿌듯하면서도 공허한 게 있어요. 그 공허함은 술로 채우죠(웃음). 연기가 너무 좋아요. 대본에 쓰여 있는 것을 내가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인기 아이돌에서 하루아침에 신인 배우가 됐다.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병헌은 “옛날이든 지금이든 저를 알아봐주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께 고맙다”며 “하지만 난 사실 인기에 그리 연연하는 편은 아니다. 팬들과도 연예인과 팬의 관계가 아닌 오빠 동생처럼 소통하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그토록 그를 사로잡은 연기의 매력은 대체 뭘까.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그저 재미있고 좋다는 것. “저는 아직까지도 대본을 읽는 게 너무 좋거든요. 힘들어도 좋고, 고민하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 지내온 지난 5개월, 스스로에게 매긴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병헌은 “1점도 과하다”는 박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지금은 내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관객들의 평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생은 정말 연기만 하다 갈 수 있었으면…. 힘닿는 데까지 연기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