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외교장관들이 5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전에 나왔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협의체로 이 외무상은 6일 새벽 마닐라에 입국한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7월 4일과 28일 진행된 북한의 ICBM 실험과 2016년 있었던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데 거듭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들을 전적으로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우리는 평화적 방식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sation·CVID)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며 “아세안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한반도 성명은 내용이나 발표 시점 모두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CVID는 미국이 과거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제시한 것으로, 북한은 패전국에나 사용할만한 용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이 용어가 아세안 자체 회의 결과 문서에 명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관련 연쇄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요한 톤 조정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아세안이 느끼는 안보 위협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이 북한의 ARF 회원국 자격 정지를 거론한 상황이어서 북한에 ARF 비전 실현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명시적 지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아세안 10개국 ‘한반도 성명’ 발표…“북핵·미사일 심각한 우려”
입력 2017-08-05 19:35 수정 2017-08-05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