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인멸과 도망을 0%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낸 고영태의 보석 청구가 기각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건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인데 도주 할 이유가 없다며 비난했다. 이같은 판결을 내린 판사의 과거를 거론한 이들도 많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4일 고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고씨의 혐의가 무겁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을 불허했다.
앞서 고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전경련의 배임, 횡령으로 끝날 수사였는데 내가 적극 참여해 알려지게 됐다”며 “구속 전까지 검찰, 특검에 (조사받기 위해) 나갔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0%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자유로운 몸으로 변호인과 논의해 진실을 꼭 밝히겠다”고 한 고씨는 “꼭 (보석 허가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재차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대통령 비선실세와 친분을 이용해 국가공무원 인사에 개입, 금품을 받고 자신의 위세를 악용해 피해자 자금을 가로챈 중대한 사안”이라며 “석방될 경우 무거운 처벌을 예상하고 도주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반박하며 보석 청구 기각을 요구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건을 공론화 시킨 장본인인데 도주하겠냐”며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특히 담당 판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던 과거를 거론한 이들이 많았다.
사건을 담당한 조 부장판사는 지난 1월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당시 영장 전담 판사였던 조 부장판사는 “뇌물죄 성립 여건인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연장을 기각했었다.
이후 이 부회장의 1심 담당 재판장으로 지정됐다가 바뀌는 헤프닝이 벌어지도 했다. 지난 3월2일 서울중앙지법이 전산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실시한 사건 배당에서 형사21부가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맡게 됐다. 이에 조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적이 있고, 이는 법원 예규상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현저하게 곤란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배당을 요구해 재판부가 바뀌게 됐다.
한편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청탁과 함께 사례금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21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보석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고씨는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정식 재판을 구속 상태에서 받게 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