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는 “빨치산 군단장이 함양출신”이라며 “전쟁때도 죽지 않고 살았던 그가 대구에서 체포돼 사형당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함양은 산삼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백무동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다가 만난 70대 노인은 “그때는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서울에서 막차를 타고 새벽 3시쯤 백무봉에 도착해 천왕봉까지 올가가 아침해를 구경한 뒤 하루종일 지리산에서 놀다가 막차를 타고 올라가는 무박여행객들이 늘었다”고 한마디 더 보탰다.
지리산 천왕봉이 잘 보일 때는 일행 중 천운을 타고 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렸다.
천왕봉을 보기위해 올라오는 길은 귀가 멍멍해지는 길이었다. 고지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고개마루를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돌담길이 멋진 월평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귀촌한지 1개월된 정영일씨가 평생 임차를 했다는 한옥집이 맨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함양군은 한옥집을 지으면 80%가량을 지원한다고 한다.
정씨는 이곳에서 1개월만에 100명의 손님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1주일에 하루 정도는 황토냄새가 살아있는 걸쭉한 생칡즙을 짜서 도시에 보내고 평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매진하고 있단다.
정씨가 지리산에 자신보다 수십년전에 자리를 잡은 자연치유 전문가와 바둑 한수를 두고 있는 사이 고양이들이 문앞에 나타나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고양이가 있으니 쥐 걱정은 없어 좋단다.
정씨는 자신의 아내가 푸세식 화장실을 거북스러워하자 양변기를 놓고 개조하는 하는 일부터 시작해 산촌에서 즐겁게 사는 일에 몰입해 있었다.
백무동 가는 길 초입에 자리잡은 참좋은펜션에서는 해금명인 차영수 박사가 제자들에게 전수교육을 하고 있었다.
참좋은펜션 주인은 마천면 소재지에서 중국집을 하면서 팬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백무동계곡이 수백억원을 들여 대대적으로 정비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해금 명인 차영수 박사는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귀한 분들이 많아 여름전수 장소를 이곳으로 정해 3일간 집중지도를 하고 있다”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커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